2023.07.11 : ~72p.
2023.07.13 : ~119p.
2023.07.15 : ~끝.
글을 쓸 일이 드물게 있는데, 그 때마다 내가 쓴 문장들이 너무 거슬렸다. 근데! 이… 거슬리는 부분을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몰라(어떤 경우에는 문장이 마음에 안 드는데 어느 부분이 마음에 안 드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답답한 경우가 많아서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부디 내 개노답 문장에 한 줄기 희망이 되어주기를!
[27]
예전엔 편집자들이 ‘-들’을 반복해서 쓴 원고를 ‘재봉틀 원고’라고 부르기도 했다. ‘들들들들’만 눈에 띄니 마치 재봉틀로 바느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였다. 그만큼 우리말 문장에서 복수를 나타내는 접미사 ‘-들’은 조금만 써도 문장을 어색하게 만든다.
[32]
빼 보면 쓸데없다고 말하는 이유를 금방 알게 된다(좋은 문장은 주로 빼기를 통해 만들어진다).
[40]
- 내일은 분명히 갈 것이라고 믿었다.
~
이럴 땐 ‘것이라고’나 ‘것이라는’을 ‘-리라고’ 또는 ‘-겠다고’로 바꾸어 쓰면 좀 더 부드러워 진다.
- 내일은 분명히 가리라고 믿었다.
[44]
‘그는 대학에 교수로 있다’, ‘나한테 100만 원이 있다’, ‘태기가 있다’ 등에 쓰인 ‘있다’는 형용사다.
→ 엥 진짜???? 그럼 동사가 뭐여???
문장 안에 쓰인 ‘있다’를 ‘있어라’로 바꾸어도 이상하지 않으면 동사, 이상하면 형용사라고 생각하면 그나마 좀 쉽게 가릴 수 있으려나.
[45]
한 글자라도 더 썼을 때는 문장 표현이 그만큼 더 정확해지거나 풍부해져야지, 외려 어색해진다면 빼는 게 옳다.
[66]
예문에서 보듯 ‘대한’이 들어간 문장은 ‘대한’을 활용한 문장이라기보다 ‘대한’이라는 붙박이 단어를 중심으로 나머지 단어를 배치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그러니 주체적으로 ‘대한’을 선택해 쓴 것이 아니라 ‘대한’에 기대서 표현한 것뿐이다. 그리고 ‘대한’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 준다. 표현을 더 정확히 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니까.
[79]
말하자면 주격 조사 ‘이, 가’가 붙는 낱말은 문장 안에서 주어의 자격을 갖게 되고, 보조사 ‘은, 는’이 붙는 낱말은 문장 안에서 주제, 곧 화제의 중심이 된다는 뜻이다. 가령 ‘모두가 예전 그대로였다’라는 문장에서 ‘모두’는 주격 조사 ‘가’가 붙어 주어의 자격을 갖는 반면, ‘집은 예전 그대로였다’라는 문장에서 ‘집’은 보조사 ‘은’이 붙어 화제의 중심이 되는 것이다.
[82]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이다. 말에는 말의 법칙, 곧 어법이 있고 글에는 글의 법칙, 곧 문법이 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엄연히 다르다.
[103]
이렇듯 ‘-로부터’는 대개 ‘-에게’, ‘-와(과)’, ‘-에서’로 나누어 써야 할 표현을 하나로 뭉뚱그려 대신한 것이다. 이러니 습관이고 중독이라고 할 수밖에 없잖은가. 따로 생각할 필요 없이 무조건 하나로 쓰면 되니 얼마나 편리한가. 그 편리함이 주는 유혹은 문장이 어색해지는 걸 꾹 참아 내게 할 만큼 크다.
→ 편리함에 몸을 맡긴 그 중독자, 바로 나예요 나…
[114] 당할 수 없는 동사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동사 ‘데다’는 당하는 말을 만들 수 없다. 무언가에 데는 것 자체가 이미 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 대 충 격. 데이다.가. 없는. 말. 이라니. “언젠가는 크게 델 날이 있을 거야.”가 맞는 문장이라니. 오마이갓. 이 파트가 지금까지 중 가장 어렵다. ㅠㅠ. 나홀로 고쳐보기도 다 틀리고ㅜㅜ 아니 사실 여기서 뭘 고쳐?라는 생각을 계속함. 피동 표현 ㅠㅠ 하… 난 얼마나 잘못 쓰고 있던 것인가…
[118]
하지만 선생님이 들려준 이야기에는 ‘개인의 목소리’가 들어있지 않더군요. 선생님이 손보고 다듬은 뒤에도 그 목소리는 그대로 살아 있는 건가요? 아니 손보고 다듬을 때 그 목소리를 염두에 두시기는 하는 건가요?
→ 오.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이렇게 질문하는 사람도, 이를 받아들이고 책에 써 내보이는 작가도 멋있다…
[152]
말씀하신 대로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를 ‘이젠 없는 시간’으로, 미래를 ‘아직 없는 시간’으로 규정했습니다. 그에게 과거란 기억할 수 있는 것이고, 미래란 기대할 수 있는 것이었죠. 기억할 수 있는 이젠 없는 시간과 기대할 수 있는 아직 없는 시간 사이 어디쯤에서 그는 글을 썼을 겁니다.
[197]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문장의 주인이 문장을 쓰는 내가 아니라 문장 안의 주어와 술어라는 사실이다. 문장의 주인이 나라고 생각하고 글을 쓰면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넘어가게 되거나(왜냐하면 나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문장의 기준점을 문장 안에 두지 않고 내가 위치한 지점에 두게 되어 자연스러운 문장을 쓰기가 어려워진다.
감상평
아 문법 얘기… 흥미로운데 좀 지루하다… 싶을 때 이야기가 나오고, 이야기 뒷부분이 궁금해질 찰나 문장 고치는 방법을 알려주고 ㅋㅋㅋ 강약 조절을 잘 한 듯. 계속 아.. 스흡.. 조금만 더 볼까? 이러면서 읽었다.
책 중후반까지는 작가가 틀린 문장이라고 내민 문장들을 나 나름대로 고쳐보았을 때 대부분 맞았다. 고등학교 때 배운 문법 내용도 나와서 공부한 보람이 있긴 하군!하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뒤로 갈수록… 이것도 안 돼? 이것도? 이것도??? 싶은 생각이 들면서 속으로 고쳐도 틀리기 시작했다. 더하여 고친 문장을 봤더니 고치기 전이 더 마음이 편안한 기현상까지…ㅠ. ‘-가(이) 되다’, ‘-수 있는’, ‘그 어느’, ‘-는가’, ‘시작했다’ 등등… 솔직히 있어 보여서 마구 남발했던 표현들인데, 전공책이나 논문에서 자주 본 표현들인데! 겨스림들도 있어 보여서 남발을 한 건지, 겨스림들은 적절하게 썼는데 고졸이 따라한답시고 객기를 부리다가 가랑이가 찢긴건지… 아마 후자겠지.. 그렇겠지만… 난 이런 표현을 너무 많이 봐왔다고! ㅠ ㅠ ㅠ ㅠ ㅠ
문장 하나 쓸 때마다 책 내용이 자꾸 머리 한 모퉁이에서 제동을 건다. 이거… 안 되지 않냐? 여기도 틀린 것 아냐? 이럼서 ㅠㅠ 좋은데 좋지 않아 ㅠㅠ 이렇게 신경쓰며 쓴 문장인데도 교정하면 빨간 글씨가 수두룩할 게 뻔해서 더 짱난다 ㅠㅠ 어흑 ㅜ.
어휘
- 불콰하다 :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
- 배음 : 연극에서, 대사나 해설을 할 때 그 효과를 높이기 위하여 뒤쪽에서 들려주는 음악이나 음향.
- 난삽하다 : 글이나 말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어렵고 까다롭다.
- 접주 : 과거에 응시하는 선비의 무리를 인솔하던 사람.
- 밭은 :
- 시간이나 공간이 다붙어 몹시 가깝다.
- 길이가 매우 짧다.
-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심하거나 먹는 양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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