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05.23 : ~1권.
- 2023.05.25 : 2권~3권.
‘알쓸인잡’에 나온 책!이라는 것이 책을 고른 첫 번째 이유였고, 세계 최초의 SF소설이라는 것이 두 번재 이유이며, 책이 작가의 의도와는 반대로 이용되었다는 슬픈 사연이 세 번째 이유이다.
제1권
편지 1~3
[24]
사랑하는 누님, 제가 낭만적으로 군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친구의 부재를 쓰라리게 절감합니다. 제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온화하면서도 용감하고, 교양을 갖추었으되 넓은 마음을 지니고 있으며, 저와 취향이 같고, 제가 세운 계획을 인정해주거나 수정해줄 만한 그런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 이게 뭔 이상형과 결혼하고 싶다같은 발언이여.
1장
[44]
나는 현실 세계와 관련된 사실을 탐구하는 일이 즐거웠다. 반면 그녀는 시인들의 신기루 같은 창조물을 좇느라 분주했다. 내게 세상은 비밀이었고, 나는 그 비밀을 알아내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세상은 텅 빈 여백이어서, 자기만의 상상력으로 그 여백을 채우고자 갈망했다.
→ 글빨 죽인다. 당신의 묘사에 빠져버려요…
3장
[65]
당시의 나처럼 몸도 사리지 않고 열의에 들뜬 그대를 파멸과 명약관화한 불행으로 이끌 수는 없으니. 나로부터 배우도록 하라. 가르침을 듣지 않겠다면 적어도 내 사례를 보아 깨닫도록 하라. 지식의 획득이 얼마나 위험한지. 본성이 허락하는 한계 너머로 위대해지고자 야심을 품는 이보다 고향을 온 세상으로 알고 사는 이가 얼마나 더 행복한지를.
→ 오 기괴느낌 난다. 러브 크래프트가 여기서 영향을 받았나.
6장
[94]
어서 와라, 빅토르. 암살자에 대한 깊은 복수심이 아니라 평화와 관용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오너라. 우리 마음의 상처가 롬지 않고 치유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비탄의 상가에 들어오너라. 하지만 원수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널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애정만 품고 와야 한다.
→ 이 부분 원문 꼭 보고 싶음. 나중에 봐야지.
제2권
1장
[119]
내 심장에도 한때는 미덕을 사랑하는 마음과 친절이 흐르고 있었다. 나도 자애로운 정신을 가지고태어났고, 선의를 실천하여 인류에게 공헌할 순간만을 목마르게 갈구했었다.이제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스스로 만족스럽게 과거를 회상하고 새로운 희망의 약속을 거두어들이는 맑은 양심의 자리를 회한과 자책이 차지해, 어떤 언어로도 묘사할 수 없는 생고문의 지옥으로 나를 몰아넣고 있었다.
2장
[129]
아! 어째서 인간은 짐승보다 훨씬 우월한 감수성을 가졌다고 자랑하는 것일까? 그로 인해 훨씬 더 유약하고 의존적인 존재가 될 뿐인데. 우리의 욕망이 굶주림, 갈증, 그리고 성욕에 국한되었다면, 거의 완전한 자유를 만끽하는 존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바람 한 줄기, 우연한 한 마디, 아니면 그 말로 전달되는 풍경 하나하나에 흔들리지 않는가.
5장
[160]
지식의 본질이란 얼마나 희한한 것인가! 일단 마음을 사로잡으면, 마치 바위에 이끼가 끼듯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7장
[173]
보호자들의 공경하는 삶은 이런 인상을 더욱 확고히 심어주었다. 영광과 학살을 숭배하는 젊은 군인을 통해 인간을 처음 알게 되었더라면, 아마 나는 다른 감정들을 갖게 되었을 지 모른다.
제3권
2장
[216]
그곳에서 우리는 옥스퍼드로 향했다. 이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찰스 1세가 병력을 모았던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온 나라가 의회와 자유의 기치를 따라 그의 명분을 버린 후에도 이 도시만은 여전히 충성을 바쳤다.
→ 헐. 아 그래??? 보수의 끝판왕이네…
3장
[227]
“네놈은 내 창조주지만, 나는 네 주인이다. 순종하라!”
4장
[245]
아! 어째서 이렇게 불행하고 혐오스러운 목숨을 부지했던 것일까? 틀림없이 내 운명을 끝까지 좇으라는 뜻이었으리라. 그리고 이제 그 운명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머지않아, 그렇다, 아주 가까운 미래에 죽음이 이 맥박을 끊어놓을 테고, 흙먼지가 되도록 나를 짓뭉개는 이 끔찍한 고뇌의 짐을 내려놓게 되겠지. 정의의 대가를 치르면 나 역시 쓰러져 안식할 수 있으리라.
5장
[254]
아, 빅토르, 안심해도 좋아. 네 사촌이자 소꿉친구가 품은 사랑은 꽤나 진중해서, 이런 생각을 해도 참담한 슬픔에 빠지지는 않을 테니까. 행복해야 해, 친구.
→ 악 이런 사랑을 받는 사람은 그 복에 겨워 정신을 잃고 말 것…. 엘리자베트 당신의 사랑에 익사하겠어요….
7장
[283]
복수의 집행자들이 놈을 당신에게 인도한다면, 절대 살려두지 않겠다고 맹세해달라. 첩첩이 쌓인 내 한을 밟고 놈이 승승장구하여 나 같은 폐인을 또 하나 만들지 못하도록. 놈은 유창한 달변으로 사람의 마음을 설득한다. 한때는 놈의 말에 내 마음마저 좌우되었으니까. 그러나 놈을 믿지 말라. 놈의 영혼은 배신과 악마 같은 악의로 가득 차, 그 형체만큼이나 지옥 같다. 괴물의 말을 듣지 말라. 윌리엄, 유스틴, 클레르발, 엘리자베트, 아버지, 그리고 불쌍한 빅토르의 혼령을 초혼하고, 놈의 심장에 검을 꽂으라. 내가 멀지 않은 곳에 머물며, 강철의 칼날을 정확히 인도하겠다.
[303]
몇 년 전, 이 세계가 담은 심상들이 처음 내게 열렸을 때, 여름의 명랑한 온기를 느끼고 바스락거리는 잎사귀와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었을 때, 그리고 내게 이들이 전부였을 때는 죽기 싫어 흐느꼈을 텐데. 죽음은 이제 내게 남은 유일한 위로다. 범죄에 더럽혀지고 쓰디쓴 회한에 갈기갈기 찢긴 내가 죽음이 아니라면 어디서 휴식을 찾겠는가?
해설
[305]
독자 여러분에게 먼저 한 가지 사실을 언급하고 싶다. 이 소설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이 알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을 지워야 한다는 사실을.
→ 이걸 소설 다 끝나고 말씀하심 어케요 …
[308]
지적이고 도덕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교육’의 중요성은 소설 ‘’프랑켄슈타인’’이 제기하는 중요한 화두이며 19세기 유럽을 휩쓴 계몽주의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하다.
[312]
마지막으로 번역 원본으로 쓴 텍스트는 1818년의 초판임을 밝혀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메리 셸리가 대대적으로 개정한 1831년 판본을 연구와 번역의 원전으로 쓰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1831년 메리 셸리가 원래의 작품 구상과 심정적으로 거리를 두게 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최근에는 학계가 1818년 초판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감상평
우선, 재밌었다. “최초”의 과학소설이라길래 약간 걱정했다. 원래 최초는 아쉬운 점이 많은 법이니깐. 하지만 이 소설은 내 그런 걱정을 기분좋게 부수어 주었다. 전개도 흥미로웠고, 필력도 훌륭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몰입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었다.
액자식 구성 속에서 시간 순대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1권은 프랑켄슈타인의 성장기, 2권은 괴물의 사연, 3권은 파국으로 치닫은 둘의 관계. 1권은 2,3권에 비해 삼삼한 맛이 있다. 뭔가 밍밍한 듯 싶으면서도 없으면 안 되는 존재랄까. 밥 같다 밥. 1권이 차근차근 인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애정을 쌓게 만들어 이들의 죽음에 더 슬프게 느껴졌겠지. 2권에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 듯하다. “영광과 학살을 숭배하는 젊은 군인을 통해 인간을 처음 알게 되었더라면, 아마 나는 다른 감정들을 갖게 되었을 지 모른다.” 이 문장이 특히 인상깊었는데, 괴물이 진짜 학살하는 기계가 됐을 상황이 잠시 머릿속에 그려져 아찔했기 때문 아닌가 싶다. 괴물은 계속 자신이 지켜본 가족에 대해 자신의 애정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그 절절한 따뜻함에 나까지 녹아내렸다가 그들에게 거부당하는 괴물의 모습에 내가 다 마음아팠다. 괴물이 충분히 선하게 살아갈 수 있었음에도 진짜 괴물이 되고만 것은 사람들의 거부 때문일 것이다. 이 글이 나오고 200년이 지난 지금, 이 괴물이 지금 다시 나타난다면 잘 살아갈 수 있을까. 3부는 휘몰아친다. 모든 것을 잃고 광기에 자신을 놓아버린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자신을 죽이려 하는 자신의 창조주 말고는 세상에 아무도 없는 외톨이 괴물. 이 둘의 끝이 정해진 파멸로 향해가는 그 과정 속 심리묘사가 너무나 생생해 잠시 나까지 프랑켄슈타인처럼 미쳐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도 했다. 역시 나는 오몰입 과타쿠.
완전한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이 소설의 특징이 아닌가 싶다. 선한 사람들, 그리고 최악의 결과. 내가 미치는 포인뚜. 프랑켄슈타인은 악하지 않았다. 유약했을 뿐. 하지만 이 유약함이 파국을 불러들었으니 이걸 죄이고 악이라 봐도 괜찮을까? 프랑켄슈타인은 책임을 졌어야 했다. 괴물이 처음으로 눈을 떴을 때, 그가 역겨울정도로 끔찍했다면 생명을 다시 거뒀어야 했으며, 괴물이 사라졌을 때 안심을 한 것이 아니라 찾아냈어야만 했다. 세상 모두가 괴물을 끔찍해하고 혐오해도 그만은 무언가 선제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하지 않았기에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없다는 생각으로 괴물을 위한 복지를 중단했기에 이게 참 완전히 비난하기도 어렵다. 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기도 하니깐. 괴물은… 사실 애꿎은 이를 죽인 살인자를 옹호하는 말은 단 한 마디도 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괴물은 이해가 간다. 왜 애먼 가족들을 죽이나 싶다가도 프랑켄슈타인을 죽일 수 없는 그 마음이 납득간다. 그래도! 가족이 뭔 죄냐. 이렇게 절대적인 답이 없는 이야기들이 참 어렵고도 재밌다.
마지막 3권 7장에서 프랑켄슈타인의 광기를 묘사한 부분들이 너무 좋다. 특히 나대신 복수해달라고 간청하는 283쪽 부분… 내 최애 파트…
200년 전 소설이면서 현대적이다. 읽으면서 불쾌한 부분도 딱히 없었고 악역없는 소설이라는 점까지. 지금 나오는 소설이라 해도 별 위화감이 없고, 오히려 유행을 잘 탄 소설이라 생각될 정도이다. 이게.. 정말 1800년대 초에 나온 작품이라고? 믿기지가 않는다. 너무 흥미롭고 재밌게 읽었다.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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