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24 : ~76p.
2023.04.25 : ~102p.
2023.04.26 : ~239p.
이 책도 겨스릠께서 읽어보라고 하셨던 책 중 하나로, 내 독서희망 리스트에 몇 년간 묵혀 있었던 책이다. 당연히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안일한 마음으로 대충 방치해 두고 있었는데, 영화 <변호인>을 보고 읽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1. 역사가와 사실
[27]
물론 사실과 문서는 역사가에게는 없을 수 없는 필수물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떠받쳐 모시지는 마십시오.
[29]
그것은 무구의 시대였습니다. 역사가들은 에덴동산을 거닐었고, 몸을 가려줄 한 가닥의 철학도 지니지 않은 채 벌거숭이로 부끄러움 없이 역사의 신 앞에 섰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후 우리들은 죄를 알고 추락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아직도 역사철학이 없어도 무방하다는 태도를 취하는 역사가들은 허세와 자기 과장 속에서 교외 전원지대에 에덴동산을 재건하겠다는 나체주의촌의 회원들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늘날 우리들은 거추장스러운 이 문제로부터 이미 벗어날 수는 없게 된 것입니다.
→ 묘사가… 굉장히 찰지시네요.ㅋㅋㅋ
[36]
역사가도 자기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이고, 인간생존의 제 조건에 의해서 시대에 붙잡혀 있는 존재입니다.
[43]
즉,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와의 사리의 끊임없는 대화입니다.
2. 사회와 개인
[47]
모든 인간은 하나의 사회 속에 태어나는 것이고 또한 태어난 직후부터 사회에 의하여 형성되는 것입니다. 그가 사용하는 언어도 개인적인 상속물이 아니라 자기가 자라고 있는 집단에서 받은 사회적 획득물입니다.
[65]
사람이 자신의 사회적·역사적 입장을 넘어설 수 있는 능력이란 자기가 그러한 조건 속에 얼마나 깊이 사로 잡혀 있는가를 자각할 수 있는 감수성 여하에 달렸다고 봅니다.
[66]
역사에 있어서의 창조력을 개인적인 천재에게 돌리고 싶어 하는 욕망은 역사적 의식의 원시적 단계의 특징입니다.
[77]
역사상의 사실은 확실히 여러 개인에 관한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이 고립해서 행한 행동에 관한 사실도 아니요, 또한 진실한 것이건 상상적인 것이건 개인들이 자기 행동의 동기였다고 생각하는 그러한 동기에 관한 사실도 아닙니다. 그것은 사회 속에 있는 개인들의 상호관계에 관한 사실이며 또한 개인행동으로 하여금 왕왕 행위자 자신의 의도와는 별개의 아니 때로는 반대의 결과까지를 초래하게 하는 사회적인 힘에 관한 사실인 것입니다.
[80]
내가 곤란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인을 역사 밖에 앉혀 놓고서 그들은 위대하기 때문에 자신의 힘을 역사에 강요한다는 식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3. 역사와 과학과 도덕
[96]
역사를 읽는 사람 역시 역사를 쓰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일반화의 상습자들입니다.
[107]
만일 그가 대권위자이고 그의 의론이 타당한 것이라면 그가 예언을 했다는 그 사실 자체가 예언한 사태의 도래를 돕게 되는 것입니다. 역사적 관찰에 의거하여 전제정치는 단명하다는 확신을 조성하는 정치학자들은 독재자의 타도에 도움을 줄 수도 있습니다.
[125]
역사란 운동이고, 운동이란 비교를 내포하는 것입니다. 역사가들이 도덕적 판단을 표현할 때에 「선」 혹은 「악」 등의 타협성 없는 결정적인 용어보다는 「진보적」이라든가 「반동적」이라든가 하는 비교하는 성질의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4. 역사에 있어서의 인과관계
[155]
어떤 일을 운이 나빴다고 기술해버리는 것은 그 원인을 캐낸다는 귀찮은 의무를 면하려고 할 때 즐겨 쓰는 방법입니다.
[164]
훌륭한 역사가들 역시, 그것에 대해서 생각을 하건 말건 미래라는 것을 뼈 속 깊이 느끼는 사람들입니다. 역사가는 「왜냐」라고 묻는 동시에 「어디로」라고 묻는 법입니다.
5. 진보로서의 역사
[180]
진보를 믿는 것은 결코 어떠한 자동적인 불가피한 과정을 믿는다는 것이 아니라 인간 능력의 계속적인 발전을 믿는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194]
역사상에는 뜻깊은 실패라는 것도 없지 않습니다. 역사는 소위 「지연된 성공」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오늘의 명백한 실패도 내일에는 중요한 공헌을 하게 되는 수도 있는 것입니다.
[200]
미래의 진보가능성에 대한 신념을 상실한 사회는 과거에 자기들이 이룩한 진보에 대해서도 급속히 무관심하게 될 것입니다.
6. 넓혀지는 지평선
[228]
학위시험의 수험생이 유럽 대륙의 어떤 나라의 근대사에 대해서 교과서 레벨 이상의 것을 공부하려고 할 때에 아무런 편의도 제공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역자 후기
[238]
E. H. 카의 사관이 일견 미온적이고 유동적인 것 같으면서도 그 핵심에 믿을 수 있는 확고한 신념과 낙관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그가 누구보다도 이상과 같은 상대성에 철한 사가이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격동하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서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한 사안과 달관을 몸소 구현하고 있는 선각자를 목도할 때에 학문에 대한 우리들의 신뢰와 용기는 다시 한 번 새로워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감상평
이 책을 읽고 개인은 사회의 산물이다.라는 주장에 공감하게 되었다. 그동안은 그저 이런 주장이 있군. 이라는 생각 정도에 그쳤었는데,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본 계기가 되었다. 사회가 없으면 습득할 언어도 없고, 사회가 다른 사람들은 사고방식도 다르고… 작가가 아주 두리뭉실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을 문자로 표현해 준 것 같다. 생각 좀 하라고 떠먹여주는 느낌. 그리고 작가가 설명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예시들을 드는데, 이 예시들이 죄다 유럽사라서 모르는 내용이 99%였다. 읽으면서 내내 아… 예시로 든 게 한국사였으면 더 재밌었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근데 충분히 재밌게 읽었다. 이 책이 왜 금서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그냥 꾸역꾸역 근거를 창조해서 붙여댄 거겠지. 놀랍지도 않다.
어휘들
무구(無垢)
- 때가 묻지 않고 깨끗함.
-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 순박함.
사거(死去) : 죽어서 세상을 떠남
언명(言明)하다 : 말이나 글로써 의사나 태도를 똑똑히 나타내다.
휘그(Whig)사관 : 과거의 사건들을 자유와 계모잉 커져가면서 최종적으로 근대의 자유민주주의 또는 입헌군주제의 형성으로 그 누적이 표출되는 불가피한 진보의 연속으로 파악하는 역사관이다.
심원(深遠)하다 :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다.
제(諸) : ‘여러’의 뜻을 나타내는 말.
플레스프(plebs) : 고대 로마의 평민 계층. 귀족과는 신분상의차이가 컸으나 오랜 투쟁 끝에 완전한 시민권을 얻었다.
클라/래미스(chlamys) : 고대 그리스의 군인이나 젊은 남성이 입던 짧은 망토.
토가(toga) : 고대 로마의 남성이 시민의 표적으로 입었던 낙낙하고 긴 겉옷.
프라그마틱(pragmatik) : 실용주의, 실용 지식.
타이프라이터(typesriter) : 손가락으로 글자판의 키를 눌러 종이에 글자를 찍는 기계.
단테(Alighieri Dante) : 이탈리아의 시인, 1265~1321.
페리클레스(Perikles) :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가·군인. 민주 정치를 실시하고 델로스 동맹을 이끌어 그리스를 번영시켰으며, 파르테논의 신전을 건립하는 등 아테네의 황금시대를 이룩하였다.
마찌/치니 (Giuseppe Mazzini) : 이탈리아의 혁명가, 정치가.
비스마르크(Bismarck) : 근세 독일의 정치가(1815~1898). 프로이센 수상으로 독일 연방 통일을 이끌었던 정치가로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받았다. 철혈재상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빌헬름(William) 시대 : 할아버지의 충실한 재상이었던 노인 비스마르크를 정계에서 은퇴시킨 빌헬름 2세가 새로운 수상으로 카프리비 장군을 임명하며 열린 새로운 시대.
영직(榮職) : 영예로운 관직.
가열(苛烈)하다 : 싸움이나 경기 따위가 가혹하고 격렬하다.
천변지이/리(天變地異) : 천지 자연의 변동과 천상의 괴변.
경주(傾注)하다
- 강물이 쏜쌀같이 바다로 흘러 들어가다
- (비유적으로) 비가 퍼붓듯 쏟아지다.
- 물 따위를 기울여 붓거나 쏟다.
소산(所産)
- 어떤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
- 어떤 행위나 상황 따위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
재부(財富)
- 재물이 많음. 또는 그런 사람
- 가치 있고 소중한 것.
여하(如何)하다 : 의견, 성질, 형펴나, 상태 따위가 어찌 되어 있다.
논급(論及) : 어떠한 데까지 미치게 논함.
펠레폰네소스(Peloponnesos) 전쟁 : B.C. 431년~ B.C. 404년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각자의 동맹 도시를 이끌고 벌인 전쟁. 당시 아테네는 민주 정치를, 스파르타는 과두 정치를 각각 대표한 폴리스였으므로 이 전쟁은 두 정치 체제의 싸움이기도 하였다.
고답적(高踏的) : 속세에 초연하며 현실과 동떨어진 것을 고상하게 여기는 (것).
의론(議論) : 어떤 사안에 대하여 각자의 의견을 제기함. 또는 그런 의견.
진경(進境) : 진보한 경지.
밀교(密敎)
- 해석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경전, 주문, 진언 따위를 이르는 말
- 7세기 후반 인도에서 성립한 대승 불교의 한 파.
시니시즘(cynicism) : 인간이 인위적으로 정한 사회의 관습, 전통, 도덕, 법률, 제도 따위를 부정하고, 인간의 본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활할 것을 주장하는 태도나 사상
양부(良否) : 좋음과 나쁨.
도그마틱(dogmatik)
- 교의학, 교리론.
- 독단적{교조적} 사고.
교조(敎條) : 역사적 환경이나 구체적 현실과 관계없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진리인 듯 믿고 따르는 것.
유리(遊離)되다 : 따로 떨어지게 되다.
껴묻히다 : 묻힌 곳에 다른 것이 또 묻히다. ‘껴묻다’의 피동사.
흠정(欽定) : 황제가 손수 제도나 법률 따위를 제정하던 일. 또는 그런 제정.
가시다
- 어떤 상태가 없어지거나 달라지다.
- 물 따위로 깨끗이 씻다
페단틱(pedantic) : 지나치게 규칙을 찾는.
소치(所致) : 어떤 까닭으로 생긴 일.
등속(等屬) : 나열한 사물과 같은 종류의 것들을 몰아서 말하는 말.
가로맡다
- 남의 할 일을 가로채서 맡거나 대신해서 맡다.
- 남의 일에 참견하다.
동란(動亂) : 폭동, 반란, 전쟁 따위가 일어나 사회가 질서를 잃고 소란해지는 일.
도상(途上)
- 길 위.
- 어떤 일이나 진행되는 과정이나 도중.
뇌동(雷動)하다
- 몹시 흔들려 움직이다.
- 천둥이 치듯이 시끄럽게 떠들어 대다.
미광(微光) : 아주 희미하고 약한 불빛
이니시아티브(initiative) : 솔선행위, 주도, 자주적 행동.
박두(迫頭)하다 : 기일이나 시기가 가까이 닥쳐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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