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04 : ~172p
2023.04.06 : 173p~495p
감상평
으. 진짜 별로. 가장 기분나쁜 요소들만 쏙쏙 골라서 디스토피아랑 결합시킨 소설.
매체 속 아무리 참담한 이야기에서도 동물, 아이는 끝까지 살리려 하는데 이 소설에서는 그딴 것 없다. 동물은 살처분 당하고 아이는 불에 타 죽는다.
작가는 >>인간은 추잡하다.<< 이 말을 490쪽 동안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소설 속에서 사람들 간의 협동, 연대… 그런 가치들? 등장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시위를 벌일 때… 시위는 그런 가치들 없이는 성립하기 힘들기에 가치들이 작용했다고 봐 줄 수도 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이러한 가치들이 개입해서 일어났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소설 속 휴머니즘? 죄다 짓밟힌다. 구한 아이는 죽고, 구한 개도 죽고, 도와준 여자는 성폭행당하고… 불쾌함. 매우. 이런 자극적이고 역겨운 소재들이 작가의 길티플레저인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불쑥불쑥 치민다. 독서모임에서 읽으라고 시킨 책이 아니었으면 아마 중간에 읽다가 때려쳤을 것 같다. 너무 기분 나빠서. 휴머니즘을 갖고 있는 유일한 등장인물까지 마지막에 죽여버림으로써 불쾌함은 최고조에 도달한다.
감염병에 대한 설명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내 의심을 부추긴다. 왜 주요 등장인물들은 끝까지 감염되지 않았는가? 글의 마지막 부분에 백신도 치료제도 없이 그저 기다리면서 병이 사라지길 기다릴 것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작가가 한계에 봉착했거나 성의가 없거나 귀찮아서 제대로 설명을 안 했다는 느낌이 크게 들었다. ‘진짜 이딴 불쾌한 내용을 쓰고 싶어서 쓴 글 아니야?’라는 생각도 더불어 든다.
누군가는 나에게 이 글은 현실을 바라본 것이라고, 네 대가리가 꽃밭으로 그득한 것이라고 이야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불쾌한 상상을 하며 살아가느니 인간에게 희망을 가지며 대가리 꽃밭으로 살아가겠다. 실제로 이런 디스토피아적 상황이 닥치고 이런 불쾌한 상황이 만연해 내가 죽음을 목전에 앞뒀을 때, 그 때는 후회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난 인간에게 희망을 걸며 살아가겠다.
이 글이 호소하는 내용이 뭔지를 도저히 모르겠다. 정말. 저어어엉말. 주제가 뭔가? 이 글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바가 대체 무엇인가? ‘인간은 추잡하다.’ 정말 단지 이걸 말하고 싶었나? 인간이 추잡하면? 추잡한 인간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작가의 다른 작품인 ‘종의 기원’을 재밌게 읽었어서 이 글도 기대했었는데… 하. 앞으로 이 작가의 다른 글을 볼 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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