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 마누엘 푸익

haomoondo 2024. 11. 13. 21:10
  • 2022.07.05 : ~70p
  • 2022.08.10
  • 2023.02.02 : ~215p
  • 2023.03.02 : 215~378p

제목제목제목 오로지 제목. 제목때문에 보기 시작했다. 제목이 너무 변태같아!


제1부

[39]

“래리! 쳐다보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누구 말입니까?”

“길모퉁이로 걸어가는 사람.”

“아는 사람인가요?”

“래리, 제발 부탁이니 그가 가까이 못 오게 해줘요. 쳐다보고 싶지 않아요. 가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해요.”

“이미 지나갔습니다. 왼쪽으로, 프린스 스트리트 쪽으로 들어갔습니다.”

“래리, 당신이 내 불평불만을 들어주는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자신 있게 말하는데, 아주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걸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의미에서 나쁘다는 겁니까?”

“가지 말아요! 쳐다보지 말아요! 이쪽으로 돌아와요! 제발……”

“…….”

“래리!”

“걱정 마십시오. 그저 다시 한번 쳐다보고 싶었던 겁니다. 평범하고 촌스러운 작자입니다. 아파트로 들어갔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아파트로. …..당신이 당신 조국에서 알았던 사람과 비슷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과 말입니다. 하지만 이미 갔습니다. 엉덩이까지 흠뻑 젖은 채로.”

→ 이 장면은 신기할 정도로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짐.

[65]

“여기서 노조는 완전히 관료적으로 접근합니다. 노조 대표들은 일반 조합원들에게 완전히 무관심합니다. 육 개월 후 노조는 이 사건에서 이겼고, 우리는 하루 휴가를 되찾았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정말로 중요한 문제가 생겨서 노조가 조합원들을 조직해 싸워야 할 때가 오면, 노조원들의 냉담과 냉소를 비롯해 과거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생긴 모든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겁니다. 이것이 바로 행정조직을 유지하는 것과 사회운동을 확립하는 것의 차이입니다.”

[141]

“하지만 난 알았어요, 래리. 지금 당장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적의 목을 움켜잡고 목 졸라 죽이는 거예요. 힘껏 계속 눌러요. 그는 당신에게 한 치의 동정도 베풀지 않았어요. 당신 눈을 파버리려고 했어요. 이제 당신 손가락으로 흐늘흐늘하고 악취 풍기는 그의 살을 힘껏 움켜잡도록 해요.”

“예, 라미레스 씨, 감사합니다. 지금 당신 말대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죽기 전 마지막 가래 끓는 소리에 불과해요.”

→ ????????

제2부

[224]

“아…… 근데 펄쩍펄쩍 뛰지 말아요…. 꼴볼견이에요……”

→ ㅋㅋㅋㅋㅋㅋ 아 할아버지 너무하시네~

[226]

“정말 잘 됐어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거예요, 그렇죠?”

“예, 마침내 기회가 온 겁니다.”

“자, 가서 책을 꺼내 와요, 당신이 열쇠를 갖고 있어요.”

→ 뭐임? 자기 책을 상의도 없이 이용하겠다고 말했는데 이렇게 흔쾌히 기뻐해준다고? 보살일세… 아냐… 이 둘이 동일인물인 것 같아…. 맞나?…아닌가…? 이 책 읽다가 정신 나갈 것 같음.ㅋㅋ

[238]

아마도 알제리였던 것 같습니다. 사막이었습니다. 카뮈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실존주의가 유행이었죠. 나는 『이방인』을 읽었습니다.

→ 헐 대박 소름. 나 다음에 읽을 책이 이방인인데……

[239-240]

→ 뭔 ㅋㅋ 야설을 써 놨어.

[242]

“북쪽의 밤은 너무 춥습니다. 당신이 내 말을 듣는 걸 보니 당신은 내가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군요.”

→ 뭐야뭐야뭐야뭐야???? 이제 뭔가 풀리나??

[267]

“~수백 년동안 진행되고 있는 투쟁은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우리의 존재 상태, 우리 미래에 대한 가능성 등등…… 투쟁해야 합니다. ……오늘 밤 내가 그들을 버리고 떠난다는 사실이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그건 우리 모두가 포함된 투쟁입니다…… 우리가 거부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근데 당신과 협력하고 있는 사람들은 믿을 만합니까?”

“몇몇은 그렇지만, 압력 앞에서 굴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숫자가 많고 강해질수록 굴복하거나 양보하는 사람은 적어질 겁니다.”

“그런데 왜 당신이어야만 하는 거죠? 나이가 많은 사람이나 가족이 없는 사람, 혹은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그런 일을 맡을 수는 없나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쉬어야만 합니다. 젊은이들이 싸워야 합니다, 라미레스 씨”

[290]

“~나는 잠시 정치 그룹의 일원으로 있었습니다. 마르크스주의 그룹이었지요. 하지만 이 나라에서 그들은 현실성이 결여된 사람들입니다. 사회적 토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어요. 토론과 내부 투쟁, 권모술수와 독설, 성격 차이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나는 그곳에서 나와야만 했습니다.”

~ “사회적 토대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고요?”

“노동자 계급에 대해 끝없지 토론했지만 그 그룹에는 노동자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너무나 복잡하고 탁상공론 같은 논쟁이었지요. 그 어떤 노동자도 그 그룹에 관심을 보이게 만들 수 없었습니다.”

[335]

아내는 내가 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가 없는 것을 알게 될까봐 두려워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어요. 나를 무서워해서 나가지 않는 거지요. 내가 죽으면 마침내 집밖으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339]

당신과 있으면서 기분좋았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 헐 개마상 ㅠ 나까지 마상 ㅠ

[352]

특별한 장소에 묻히고 싶은지, 아니면 화장을 원하는지 묻자, 그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을 이용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이 관장하는 위원회의 기금은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살아 있는 사람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는 이유로 말입니다.


감상평

우선,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에 대해 질문한다면 그 누구라도 서술 방식을 꼽을 것이다. 모든 내용이 전부 인물의 대화로 구성된다. 대화 이외의 것이 나오는 부분은 맨 마지막 편지 뿐. 참 낯설면서도 재밌었다.

단지 제목만 보고 읽기를 결정한 책이었는데, 가장 중요한 제목이 제대로 설명 안 된 것 같아서 상쾌하게 독서를 마치지는 못 했다. 네이버, 구글, 유튜브까지… 이 책 제목이 왜 ‘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영원한 저주를’인지 이해가 안 가서 마구 뒤졌다. 하지만 나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해 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책 뒤에 있는 해설부분이 유일한 이해의 이정표로 남아있다. 해설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소설은 독자가 일관된 해석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고 그것을 ‘진리’로 여길 경우,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하려는 것 같다. 즉, 그러한 독서는 영원한 선택이 아니라 영원한 저주의 운명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라고. 이해가 갈 듯도, 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만약 해설의 말대로 하나의 해석을 ‘진리’로 여기는 이가 저주를 받는다고 하면, 해석의 이정표를 그대로 따라가는 나도 저주받은 것일까? 하지만 다른 경로를 찾아내기에는 난 똑똑하지도 않고 기력도 없다.. 나는 저주받을 운명인가 보다.

해설을 보면서 이 책은 참 현대예술같다… 라는 생각을 했다. “라미레스가 망명자로서 과거의 자기 자신에게 해방될 필요를 느끼면서 세계에 통합되고자 함을 드러낸다.”, “그렇게 라미레스는 타자에게 ‘침입할’ 기회를 갖게 되고, 그것은 그의 육체적 고통을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된다.”, “이런 의미에서 두 인물은 상대방이 되는 역할 전도를 통해 재탄생을 경험한다.” 등등… 작품 속 은유와 암시들, 나 스스로는 거의 절대 파악할 수 없고 해석글을 통해 겨우 이해 할락말락하면서 오호라~ 싶은 감탄사만 내뱉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현대예술같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글에 나왔던 괴기한 내용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감도 안 잡힌다. 141p같은 내용이 꽤 여러번 나와서 머리가 이상해져 버릴 것만 같았다. 지가 경치가 되겠다느니… 내가 거기로 갈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이러고 몇 대화 뒤에 뿅하고 등장해 있고… 이 둘이 전화통화를 하고 있는건지, 텔레파시로 이야기하고 있는 건지, 둘이 사실 동일인물인데 자아가 두 개였던 건지… 이런 대화들 때문에 내 정신이 맛이 가 버릴 것만 같았다.

소설 내용 면에서는, 래리 이새끼! 할아버지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염치없고 뻔뻔하고 배은망덕한 새끼!

근데 궁금한 점. 중간에 노동자들의 요청을 받고 부모님과 여자친구의 첫 만남 자리에서 뛰쳐나가야만 했던 사람은 누구인가? 정말 글자 그대로 래리인가? 자신의 과거를 래리로 치환해서 바라본 라미레스인가? 난 아직도 라미레스의 과거 행적이 뭐가 맞고 뭐가 틀린지 모르겠다.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