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증발: 사라진 일본인들을 찾아서, 레나 모제

haomoondo 2024. 11. 13. 21:08

20230111~20230113

명탐정 코난에서 정체불명의 소년인 코난은 어떻게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던 걸까?에 대해 설명한 책이라고 해서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사람이 ‘증발’하는 사회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말에 오호라? 싶어서 책을 골랐다.


4. 하시의 고백, 증발 26년

[55]

충격을 받아 온몸이 뻣뻣해진다. 실망감. 이번에는 내가 숨을 쉬기 힘들다. 마음이 아프다. 이어서 아내의 소식을 전한다. 아내는 이미 오래 전에 재혼을 했다고 한다. 아이는 둘이고 새 남편은… 사망 신고를 했다고 한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기대한 것일까?

→ 나도 궁금함. 뭘 기대한 거임…? 10년 동안 실종됐는데…?

5. 일본의 불가족천민

[65]

지리적으로 고립된 섬나라 일본은 독자적인 문화를 탄생시켰고 여기에 강력한 국수주의 감정을 추가했다. 친구는 일본인들이 ‘우리는 다른 민족과 다르다’라는 집단적인 우월감과 일본인 이외의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인종차별 의식에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친구는 골목에서 우연히 확성기를 단 작은 트럭들을 본 적이 있는데, 섬뜩한 슬로건이 울려퍼졌다고 한다. “조선인을 죽여라”, “조선인들은 목을 매달아라, 독을 마셔라, 죽어라…!”

→ ? ? ? 일제강점기 시대임? 관동 대지진 대학살 직후임? 왜 발전이 없지? 변화가 없지? 개선이 안 되지?

7. 산야, 지도에도 없는 도시

[85]

“거리에 보이는 사람들은 이미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사회를 벗어난 우리는 이미 한 번 죽은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들은 서서히 자살해가는 셈이죠.”

9. 지옥의 캠프

[101]

창립 멤버들이 ‘지옥의 캠프’라는 별칭으로 부르기도 하는 임직원재교육학교는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일본의 회사들의 모습을 크게 비추는 확대경 같다. 재교육의 목표는 ‘부족한 점이 많은 직원들을 질서와 순종이라는 바른 길로 다시 인도’하는 것이다.

[106]

캠프에 도착했을 때 스즈키는 명랑하고 활기가 넘치며 장난을 잘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가끔 냉소적인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캠프 생활 3일 만에 다른 임원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표준적인 인간이 되어 상사를 기쁘게 하기 위해 테스트를 통과하고 싶다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반항하고 싶다는 마음은 사라졌다. 여기서 반항하는 인간은 강하지 못하다는 이미지가 있다. 강한 사람은 개인의 행복보다는 의무를 앞세울 줄 알아야 한다. 캠프에서는 강한 정신력이 반항이 아니라 규칙에 대한 복종에서 나온다고 했다.

[108]

그에게는 마지막 시험이 남아 있다. 자기비판. 신고는 옷을 홀딱 벗고 자신의 잘못과 단점을 고백해야 한다.

→ 와 진짜진짜진짜 소름끼친다. 온몸의 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야. 멋진 신세계의 축소판이 여기에 재현된 것만 같다. 세뇌기관 그 자체. 소름끼쳐. 이런 게 종교단체말고 실존한다는 사실이 소름돋고, 기업이 여기에 기꺼이 돈을 내면서 서비스를 이용하고 이를 원하는 기업의 수가 충분하다는 사실이 나를 기겁하게 만들고, 이런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든 멀쩡히 지속된다는 사실은 화룡정점. 나에게서 인간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끌어내게 만든다. 끔찍하다… 이걸 만든 사람부터 이게 좋다며 자기 직원들을 집어넣는 기업들까지… 소름끼쳐. 이 서비스는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가? 잠깐 찾아 본 결과 이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일본어를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11.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

[129]

루스 베네딕트는 <국화와 칼>에서 일본인들은 과거의 관습 속에서 살아간다고 쓰고 있다. 일본인들은 넓은 의미에서 윗사람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감정을 가지고 있고(조상, 부모, 교수, 심지어 일왕)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커진다. 이 빚을 갚는 것은 체면과 관련된 문제다.

→ 조상이랑 부모는 그렇다 쳐도… 교수???? 감사함은 몰라도 빚….??? 일왕??? 일왕은 왜??? 왜?????? 왜???????? 어느… 어느 부분에서?????

[130]

결국 예의를 지키고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증발이나 자살을 선택한다. ‘일본인들은 실패, 수치심, 매정한 거절을 견디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괴롭힌다.’ 루스 베네딕트가 쓴 글이다.

→ ………… 재도전의 기회란 게 없는 사회인가…..?

12. 아야에의 고백, 증발 21년

[145]

아들은 별로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너무 늦어버렸다. 아들은 날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용서받길 바란 거임…? 뻔뻔하기 짝이 없네…

15. 도요타 시, 떠나거나 병들거나 미치거나

[180]

마치 보초를 서는 것처럼 공장 앞에 선 다다오는 보행로를 가리킨다. “전단지는 여기까지만 돌릴 수 있습니다.” 1미터 앞에 지하통로로 연결되는 계단이 있다. “저기서부터는 노조 전단지를 돌릴 수 없습니다. 도요타의 소유거든요. 저기서 전단지를 돌리면 확성기에서 도요타 직원들에게 전단지를 받지 말라는 지시가 큰소리로 울려 퍼집니다. 도요타 측에서 사람들을 보내 우리를 쫓아내기도 합니다.”

[185]

그는 ‘도요티즘’이 일본은 물론, 프랑스에서도 노동자들을 죽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본사와 지사 모두, ‘좋은 직원은 사장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세뇌시켜놓고 필요 없으면 다 쓴 휴지처럼 버릴 것이라고 말한다. “도요타를 본받으려는 사람들은 뭔가 잘못 생각하는 겁니다.” 그는 당당히 할 말을 다 한다. 어느 직원이 도요타 공장 앞에서 그가 나눠주는 전단지를 받았다.

16. 덴지의 고백, 증발 33년

[189]

어느 날, 고위직 상사에게 일이 너무 고되다고 말했다. 내가 게으른 사람은 아니지만 쓰러지기 일보 직전으로 지쳐 있었다. 상사는 날 이해해주는 것 같았다. 그런데 심한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퇴원 후 직장에 복귀하니 나와 친했던 동료가 내 자리에 앉아 있고 내 짐은 상자 속에 정리되어 있었다.

→ 시발.

17. 자살 절벽, 도진보

[196]

이 일본인 관광객처럼 매년 90만 명의 일본인들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기분’을 경험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도진보 절벽으로 모여든다.

→ 씨빨 사탄도 너희들 보면 뒷걸음질 치면서 달아날 거다.

[197]

그는 언제부터 자연이 이런 음산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나 다카마 준, 다카하마 교시, 야마사키 도요코 같은 작가들이 이런 곳에서의 자살을 미화한 것만은 분명하다.

→ 뭔 글을 썼길래… 나중에 읽어봐야지.

[199]

결심이 확고하게 선 그는 이듬해에 은퇴 후 사비 300만 엔을 들여 지금의 단체를 세웠다. 이렇게 해서라도 제도의 공백을 메우고 싶었다.

→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왜 개인이 하냐고!

[205]

마침내 그는 ‘빛’을 발견하고 새롭게 출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얼마 전에 아르바이트를 세 개나 구했다. “이제 시작입니다.” 그리고 싸울 준비가 된 사람처럼 흥분하며 덧붙인다.

“친구가 사라진 이유는 안타깝게도 도움의 손길을 발견하지 못해서였습니다.”


감상평

일단… 내 예상과 다르다고 해야하나…? 나는 ‘왜’ 인간증발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는지가 궁금했고 그것 때문에 이 책을 보기로 결심했는데, 내가 원한 부분보다는 증발한 사람들과 그 주변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가 이 책의 또다른 제목을 붙인다면 ‘인간 증발의 사례 모음집’으로 정할 것 같다. 현상황-원인-이것이사회에끼치는문제-개선방향. 난 이런 전개를 원했는데 … 스흡. 아쉬움. 너무 미시적이야…

그리고 이걸 왜 이 책에서 다루지? 하는 사례도 몇몇 있었다. 예를 들어 9장 지옥의 캠프.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이기는 했는데 이걸 왜? 이게 인간증발이란 뭔 상관? 이런 생각 들었음. 작가는 이런 서비스가 존재할 정도로 일본 사회가 이상하다..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처음에 그 의도를 모르겠어서 뭐여? 했었다. ㅋㅋㅋ 왜 이 사례를 선정했는지 좀 써줬으면 좋았을 것 같음. 맨 마지막에 나온 후쿠시마 얘기도… 좀 명확하게! 선명하게! 자기 의도를 말해줬으면 좋있을 것 같았다. 흥미롭지만 아쉬웠던 책.

이 책에서 말해 주지 않는 내용. 책에서는 빚 때문에 증발한 사람들에 대해서 다루기는 했는데, 그들이 증발하고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를 안 써줬다. 한국에서는 남은 가족한테 찾아가서 집요하게 괴롭히는데, 일본에서는? 안 괴롭힐 리가 없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일부러 안 쓴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빚을 감당하지 못해 도망친 사람'과 '빚을 가족에게 떠넘기고 혼자만 도망친 사람'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있으니까... 거의 막바지 목차에 야쿠자라는 단어가 나와서 그때 언급하나? 라고 예상했었으나 전혀… ^^ 여러모로 아쉬운 책이다.

근데 책은 엄청 술술 읽혔다. 내가 책을 엄청 느리게 읽는 편인데도 총 2시간 반 안 되게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