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조지프 히스

haomoondo 2024. 11. 13. 21:07

 

 

 

1장 자본주의는 자연 발생적이다? / 시장은 정부 하기 나름이다

은행은 그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지브롤터의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려고 온갖 일을 다 했다. 초기 은행 건물들이 고전주의식 기둥과 대리석 로비를 갖춘 엄청난 크기의 돌덩어리 건축물이었던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모습으로 예금자들에게 "여기 영원히 버티고 있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보험은 은행이 잘못되면 예금자에게 예금액 반환을 보장해줌으로써 이런 종류의 쇼를 불필요하게 만들었다. ~ 뿐만 아니라 은행은 건축비용 또한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지어진 은행 건물들을 잘 보면 이전 건물들보다 훨씬 빈약하다. -54p

오호라... 흥미롭....

즉 우파의 "작은 정부" 요구는 "부유층에게 득이 되는 정부 프로그램은 놔두고 다른 건 전부 없애라"는 요구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는 정치철학으로서는 분명히 자격 미달이다. 특권층이 거기다 대고 아무리 미사여구를 달아봤자 요지는 "나한테만 공짜로 주고 남한테는 주지마"일 뿐이다. -58p

2장 인센티브는 중요하다? / 중요하지 않을 때만 빼고

이 두 가지 상반된 반응은, 도덕이란 결과만의 문제가 아니며 결과에 이르는 과정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위에 제시된 두 가지 상황에서 인부 한 명만 죽으면 다른 다섯 명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최종결과는 같다. 그러나 우리 대부분은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를 용인하지 못한다. 결과와 무관하게 존중해야 할 원칙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60p

결국 레빗의 연구를 "경제학"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는 인간 동기에 관한 위와 같은 노골적인 전제 때문이다. 어차피 레빗의 책 내용 대부분이 단순한 통계분석이고, 그런 종류의 분석은 사실 다른 여러 분야의 사회과학자들도 행하는 것이다. 큰 차이가 있다면, 도덕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과학자는 "사회학자"라고 불리는 반면, 그런 건 순 사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경제학자"라 일컫는다는 점이다. -64p

스웨덴 복지국가가 소비에트 공산주의 치하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소득 평등을 이루었다는 점을 알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반복해서 강조할 가치가 있는 부분이다. 스웨덴 자본주의는 소비에트 공산주의보다 평등하다. -76p

3장 '마찰없는 평면'의 오류 / 경쟁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장난하나! 하와이까지 가는 거리의 98퍼센트를 비행하면 태평양 한복판이다. 그런 제안은 당연히 거절한다. 최선과 가장 근접한 것이 다른 선택보다 낫다는 사고에는 오류가 웅크리고 있다. -93p

다수의 가격이 왜곡되어 있는 경제에서 하나만 시정하면 상황이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99p

4장 세금이 너무 높다? / 정부가 소비자라는 신화

세금만 유독 이런 식으로 언급되면서 사람들의 분노와 적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은 언제봐도 경이롭기만 하다. -103p

즉 정부는 부의 소비자이며 민간 부문은 부의 생산자라는 것인데, 이런 관점은 완전한 착각이다. 사실상 국가는 시장과 정확히 동일한 양의 부를 창출한다. 다시 말하면 시장은 부를 창출하지 않는다. 부를 산출하고 소비하는 주체는 사람이다. 정부나 시장 같은 제도는 아무 것도 생산하거나 소비하지 않으며, 그저 사람들이 부의 생산 및 소비를 계획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일정한 장치가 되어줄 뿐이다. -105p

달리 말하면 핵심은 최적회원수 집단을 만들어 얻는 편익이 그러한 특정 공유형태의 도입 비용보다 크냐 하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처럼 "모든 감세는 바람직한 감세"라고 말하는 것은 특정 구매형태에 대한 자의적인 선호 표시에 불과하다. "아파트 관리비는 그저 제일 낮은 게 최선"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똑같다. 아파트를 처음 사는 사람들은 곧잘 이런 경향을 보이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하기 일쑤다. -115p

5장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잃는다? / 국가 경쟁력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무역 파트너랑 경쟁한다'는 식의 묘사는 진실은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유용하다. 이를 이유로 감세, 임금인하, 규제완화, 환경기준 완화 등을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 125p

국가는 기업이 아니며 기업처럼 굴려고 해서도 안 된다. 국가와 기업의 융합에 대한 프리드먼의 집요한 노력을 기리는 의미에서 솔직히 말해 이 오류를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오류"라고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기업은 서로 경쟁한다. 국가는 그렇지 않다. 이 둘을 혼동하는 것은 엄청난 혼란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126p

윌런은 경제학 방면으로는 박식하지만 위의 주장은 틀렸다. 아니면 적어도 내 귀에는 완전히 잘못된 헛소리로 들린다. 그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미국 임금이 높기는 해도 문제없다. 당신들의 생산성이 훨씬 높으니까 우리 경제는 여전히 경쟁력 있다."고 말하는 것은, 바꿔 말하면 비록 시간당 임금은 높아도 "산출단위당" 임금은 낮기 때문에 국내 일자리는 안전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137p

국제무역 그 자체는 그런 압력을 가하지 않지만 유감스럽게도 우파 이데올로기는 그러하다. 기업가들이 경제학보다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한 잘못된 공공정책 수립을 향한 압력은 항상 생기게 되고, 단지 그것 때문에라도 세계화를 염려해야 할 이유는 존속될 수밖에 없다. -143p

5장 다시 읽기~ 졸려서 뭐라는지 제대로 이해 못 함

6장 개인 책임이라고? / 우파는 도덕적 해이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면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 여전히 10명의 사냥꾼이 매일 숲에 가서 사냥을 하고, 보통 5명은 운 없이 빈손으로 돌아온다. 고기의 총량이 이전보다 늘어난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단한 위험 분산 조치만으로 공동체에서 굶주림의 위협은 자취를 감췄다. 여기서 우리는 감쪽같은 마술을 보게 된다. (물론 ~가끔 하는 포식을 기꺼이 포기한다.) -154p

우리가 전통적으로 "사회주의적"이라 여겼던 여러 사회운동과 제도도 실은 평등이나 분배정의보다는 위험분산과 더 큰 관련을 맺는다. 그리고 그런 사회운동이 영구적인 제도개혁으로 이어지는 데 성공하는 경우, 이는 대개 그 제도가 모든 사람에게 유리하게 효율 증대를 일으키기 때문이지 누구는 이득을 보고 누구는 손해를 보는 소득 재분배라서가 아니다. -156p

서스캐처원 초원의 농작물 재배 기간은 간신히 한 가지 작물을 키우기에도 넉넉지 않을 뿐더러 강우량 또한 작고 불안정해서 농민들 간에 상호부조의 전통이 이어져 내려왔다. 서스캐처원에서 사회주의 운동이 번성한 주된 원인도 사회주의가 농산물 가격변동과 흉작 및 기타 위험에 대한 농민들의 위험분산 체계 마련에 힘이 돼주었기 때문이다. 한편 목장주들은 나쁜 날씨 같은 "외인적" 위험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들한테는 절도가 훨씬 더 심각한 이슈이고, 따라서 연대나 상호부조보다는 재산권에 정치적 강조점을 둔다. 잘못해서 남의 땅에 발을 디뎠을 때 땅 주인이 농민이라면 저녁을 얻어먹지만 땅 주인이 목장주면 총을 맞기 십상인 것도 그 때문이다. -156p

즉 조금이라도 도덕적 해이의 징조가 보이면 선행돼야 할 도덕적 의무는 물론 위험분산의 이익까지 전부 무시해버릴 수 있다는 것이 우파의 생각인 듯하다. ~ 도덕적 해이의 문제가 기아 퇴치에 기여할 의무보다 무조건 우선순위에 놓인다는 얘기다. -161p

도덕적 해이를 완전히 뿌리 뽑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철저한 심사, 자기부담액 조항, 고용인의 일부 부담 및 손해사정인 제도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다. 어떤 때는 도덕적 해이를 그저 참아주는 수밖에 없다. 도덕적 해이가 수반하는 비용에 비해 위험분산 제도가 가져오는 편익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162p

이런 염려에 대한 좌파의 대응은 심대 임신은 도덕적 해이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아이란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므로 아이를 낳는 결정이 금전적 요소의 영향을 받을 리 없다는 깜찍한 부르주아적 관념이 종종 근거로 등장한다.) -163p

진보가 원하는 도덕적 결론("우리는 이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지원을 받는 대상이 합리적으로 결정을 내릴 능력이 있는 주체라는 걸 부인해야 하는데, 그 결과 보수 세력은 진보가 사람들로부터 자기 행동에 책임질 능력을 부인함으로써 인간성을 앗아간다고 주장하며 도덕적 고지를 탈환한다. -164p

따라서 도덕적 해이가 정부 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실은 도덕적 해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다. -167p

7장

마찬가지로 해결책도 두 가지다. 하나는 재화의 가격을 내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들의 소득을 보조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두 번째 방법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불공평한 분배의 직접적 원인을 가격 때문이라고 여기면서 기부의 효과는 무시한다. 이런 논리를 가리켜 "공정 가격의 오류"라고 일컬을 수 있다. -185p

전력의 진정한 비용을 사람들에게 부과한 다음 정책 변화로 인해 곤경에 처한 빈곤층에게는 따로 소득 이전을 해주는 편이 훨씬 바람직하다. 평등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고 효율의 관점에서 봐도 그렇다. 이렇게 하면 분배정의의 문제도 해결되고 전력을 낭비하려는 불건전한 인센티브도 사라진다. 가격통제는 추천할 만한 정책이 못 된다. -189p

나는 2005년에 도요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한 대 구입했는데 그때 정부로부터 상당한 세금 감면을 받았다. 그러나 쑥스럽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산 뒤로 내 운전량이 쓸데없이 많아졌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심리는 단순하다. 나는 환경주의자이므로 운전을 자주 하지 않으며 운전할 때는 죄책감을 느낀다. 하이브리드를 몰 때는 죄책감을 덜 느낀다. 고로 운전한다. 부끄럽지만 그게 내 심리다. -197p

개인이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 타인을 심히 불쾌하게 할 때는 국가가 제한을 가할 수도 있지만, 국가가 나서서 특정 생활 방식을 편들거나 일부 국민을 희생시키며까지 특정 생활 방식을 장려하려 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8p

잘 생각해보면 교환권 사회에서 백열전구 금지는 개인에 대한 간섭일 뿐 아니라 명백하게 불공정하다. 사람들은 전기로 별의별 이상한 기호를 다 충족시킨다. 그런데 왜 유독 백열전구 사용자만 물고 늘어지는가? 자신만의 특이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신 기타 전기 사용을 그만큼 줄이는 방법으로 대가를 치른다면, 그 사람이 어떤 전기용품을 사용하든 타인에게는 해가 되지 않는다. -200p

몇 년 후 그 지역을 돌아본 존 스택하우스는 더바디샵의 계획이 초래한 참단한 결과를 보고했다. 더바디샵이 시어버터를 비싸게 산다는 소문이 돌자마자 이 지역에 "시어 열풍"이 불면서 과잉생산 현상이 발생했다. ~ 시장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제안 받은 생산자는 이를 "세상이 더 많은 시어버터를 원한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207p

10장 임금을 평등하게 하자? / 어떤 직업은 여러 모로 열악할 수밖에 없다

물론 여성이 역사적으로 직면해온 직업 선택의 제약은 여러 직업에 존재하는 성차별의 유산이다. 여성이 전통적으로 특정 유형 노동에 종사한 이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결책은 여성이 몰려 있는 직종의 임금을 올리는 것이 아니다. 그러면 노동시장에 부정확한 신호를 보내게 된다. 이미 지나치게 많은 인력이 몰려 있는 직종을 찾아가는 여성에게 높은 임금으로 보답할 게 아니라 다른 직업을 찾도록 장려해야 한다. -289p

나는 일정 수준 이하의 임금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다고 믿는다. 사람들이 형편없는 임금에 자기 서비스를 팔 의사가 있다 해도 소용없다. 돈을 위해 기꺼이 남의 노예가 되려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계약은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으므로 법이 허락하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 (그렇다면 국내 최저임금보다 훨씬 적은 임금으로 일하는 해외 노동자가 생산한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는 어째서 용납되느냐 하는 문제가 생긴다. 논의가 한참 길고 복잡해지는 사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