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3~2020.08.17
정말 학수고대했기에 기대가 많았던 책. 내가 예상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다른 방향으로 재밌었던 책.
올더스 헉슬리가 조지 오웰의 스승...! 납득이 가면서 놀랐던 사실.
36p. 당의 안정성은 사상경찰보다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이런 유의 인간들에 의해 유지되는 셈이었다.
42p. 과거는 죽었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있을까? 당의 통치가 영원히 지속되지 못하리란 걸 도대체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그에 대한 대답이라도 하듯, 진리부의 하얀 건물에 나붙은 세 가지 슬로건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52p. 만약 당이 과거에까지 손을 뻗어 이런저런 사건을 가리키면서 '이런 것은 절대로 없었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단순한 고문이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리라. ~ "과거를 지배하는 자는 미래를 지배한다. 현재를 지배하는 자는 과거를 지배한다." 이것이 당의 슬로건이다. ~ 지금 진실한 것은 영원히 진실하다. 이는 지극히 단순한 이치이다. 필요한 것은 자신의 기억을 끊임없이 말살시키는 것뿐이다. 사람들은 이를 '현실 제어'라 칭했는데, 신어로는 '이중사고'라고 한다.
59p. 그리하여 매일 매순간 과거는 현재의 것이 되곤 했다. 이런 식으로 당이 예언한 모든 것들은 문서상으로 증명되고, 그때그때의 필요에 맞지 않는 기사나 의견은 기록에서 영구히 삭제되었다. 말하자면 모든 역사는 필요에 따라 깨끗이 지우고 다시 고쳐 쓰는 양피지 위의 글씨와도 같은 것이었다. 일단 그 모든 과정이 완료되면, 어떤 경우에도 거기에 허위가 섞여 있다고 주장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었다.
69p. 한 시간 전만 해도 생각조차 못했던 오길비 동지의 존재는 이제 사실로 굳어졌다. ~ 지금까지 결코 존재한 적 없던 오길비 동지가 이제부터는 과거 속에 존재하게 된다. 일단 날조 행위가 잊히고 나면, 그는 샤를마뉴 대제나 줄리어스 시저처럼 확실한 증거 위에 틀림없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77p. 자유의 개념이 없어졌는데 '자유는 예속'이란 슬로건이 어떻게 있을 수 있겠나? 모든 사상적 분위기도 달라질 것이네, 사실상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사상 따위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걸세. 정통주의는 생각하지 않는 것. 생각할 필요도 없는 걸 뜻하네. 요컨대 정통주의란 무의식 그 자체일세.
112p. 물론 과거를 날조함으로써 즉각적으로 얻게 되는 이점이 무엇인지는 명백히 알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궁극적인 동기가 무엇인지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고 글씨를 썼다.
나는 '방법'은 안다. 그러나 '이유'는 모른다.
114p. 둘 더하기 둘은 넷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 이것이 자유이다. 만약 자유가 허용된다면 그 밖의 모든 것도 이에 따르기 마련이다.
188p. 그녀의 말에 의하면 성본능은 당의 통제를 벗어나 그 자체의 세계를 구축하므로 당은 무슨 수를 써서든 그것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성욕을 박탈하면 히스테리를 유발하기 때문에 당의 입장에서는 이를 전투열과 지도자 숭배로 전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247p. 내가 당신들한테 형제단이 존재한다고 말은 했지만, 그 수가 백 명인지 천 명인지는 밝힐 수 없소. 당신들이 개인적으로 알아본대도 아마 열 명 이상은 되지 않을 거요.~ 당신들이 체포되면 어쩔 수 없이 자백하게 될 거요. 하지만 자백할 것이라곤 당신들이 활동한 일밖에는 거의 없겠지요.
-> 이... 이새끼! 이새끼!!
259p. 깊고 은밀한 한숨이 청사 안에서 새어나왔다.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일이 드디어 완성되었던 것이다. 이제는 그 누구도 유라시아와 전쟁을 했다는 것을 문서상으로 증명할 수 없을 터였다.
266p. 오늘날의 세계는 1914년 이전에 비해 헐벗고 굶주리고 황폐화되었다. 당시의 사람들이 예견했던 상상 속의 미래 세계와 비교해 보면 더욱 그렇다. 20세기 초에 대다수의 지식인들이 예측했던 미래 사회란 풍요하고 여유가 많으며, 질서가 잡힌 가운데 모든 것이 능률적인 것이었다. 요컨대 유리와 강철화 하얀 콘크리트로 건설된 휘황찬란하고 영구적인 세계였던 것이다. 그들은 과학과 기술이 놀랄 만한 속도로 발달할 것으로 보았고, 그래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그렇게 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장기적인 전쟁과 혁명으로 인해 나라 살림이 거덜 난 한편, 과학과 기술의 발전적 토대가 될 경험적 사고방식이 엄격한 통제 사회에서는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면에서 볼 때 오늘날의 세계는 오십 년 전보다 더 원시적이다.
267p. 그러나 이 같은 식의 일률적인 부의 증가는 계층적 사회의 파괴를 초래할 위험을 안고 있다. ~ 만약 부가 일반적ㅇ니 것이 되면 차별이란 있을 수 없다. 물론 개인적 소유와 사치라는 의미에서 부가 공평히 분배되는 한편으로 권력이 소수 특권계급에 의해 장악되는 사회를 상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사회는 오랫동안 안정을 유지할 수 없다. 왜냐하면 모든 사람들이 시간적 여유와 함께 경제적 안정을 똑같이 누리게 되면 빈곤에 허덕인 나머지 사회에 무관심했던 대중이 마침내 눈을 뜨게 되고, 또 자신들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면서 결국은 소수의 특권층이 존재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음을 깨닫게 됨으로써 그들을 몰아내려고 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계층 사회의 장기적이 존속은 가난과 무지를 전제로 할 대만 가능하다.
???p. 땅에 구멍을 팠다가 도로 메우고, 방대한 재화를 생산했다가 불 질러버리는 데 세계의 잉여 노동력을 소비하면 아주 간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계층적 사회에 경제적 기반을 제공해 줄지는 몰라도 감정적 기반을 마련해 주지는 못한다.
275p. 삼 대 초국가의 생활 조건이 모두 같다는 것이 그것이다. 오세아니아를 지탱하는 철학은 '영사'이고, 유라시아의 그것은 '신 볼셰비즘'이며, 이스트아시아의 경우는 '죽음 숭배'이다.
279p. 하지만 우리 시대의 지배자들은 서로간의 전쟁을 하지 않는다. 전쟁은 이제 지배 집단이 국민을 상대로 벌이는 싸움이며, 전쟁의 목적도 영토의 정복이나 방어가 아니라 사회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데 있다. ~ 따라서 진실로 영원한 평화는 영원한 전쟁과 똑같다. 대부분의 당원들은 그저 희미하게 이해할 뿐이지만, 이것이 바로 당이 내건 슬로건인 '전쟁은 평화'란 말의 참뜻이다.
282p. 상층계급의 목표는 현재의 상태를 고수하는 것이고, 중간계급의 목표는 상층계급으로 오르는 것이다. 그리고 하층계급이 목표를 가졌다면 - 이들은 대부분 단조롭고 고된 일에 지친 나머지 일상생활 외의 다른 어떤 것을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 그것은 모든 차별을 폐지하여 모든 인간이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 유사 이래 본질적으로 똑같은 투쟁이 끊임없이 반복하여 일어났던 것은 바로 이처럼 저마다의 목표가 상충되었기 때문이다. ~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양상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당시에는 역사를 순환 과정으로 해석함고 동시에 불평등을 인간 사회의 변하지 않는 부동의 법칙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292p. 세습적인 귀족 사회는 늘 단명했지만 가톨릭교회 같은 선임 체제는 수백, 수천 년 동안 지속되어 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과두 체제의 본질은 아버지에서 아들로 이어지는 부자 세습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남겨 놓은 세계관이나 생활양식 등을 산 사람이 고수하는 데 있다.
294p. 당원은 올바른 사상뿐만 아니라 올바른 본능도 갖도록 강요당한다. 그러나 당사자에게 어떤 신념과 태도를 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명백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다. 만약 명백하게 설명된다면 '영사'에 내재되어 있는 모순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346p. "그렇다면 과거는 대체 어디에 존재하는 거지?" "기록 속에 존재합니다. 과거는 기록되는 겁니다." "기록된다....... 어디에?" "마음속에요. 인간의 기억 속에 기록됩니다." "기억 속이라...... 좋아. 우리가. 즉 당이 모든 기록을 지배하고, 모든 기억을 지배한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과거를 지배하는 것이 되겠군. 그렇지 않나?"
347p. 그러나 윈스턴. 분명히 말해 두지만 실재는 외적인 것이 아닐세. 실재란 어디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있네. 그것도 실수를 할 수도 있고, 어떤 경우에는 곧 사라져버릴 개인의 마음속이 아니라 집단적이고 불멸하는 당의 마음속에 있지. 당이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건 무엇이든 다 진실일세. 당의 눈을 통해 보지 않고는 실재를 볼 수 없네. 윈스턴, 이것이 바로 자네가 다시 배워야 할 사실이네. 여기에는 자기 파괴의 행위, 즉 의지의 노력이 필요하지. 자네가 제정신으로 돌아오려면 먼저 스스로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네." 그는 자기가 한 말이 듣는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기를 기다리는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354p. 자네도 알다시피 중세에는 종교재판이 있었네. 그런데 그건 실패작이지. 이단자를 뿌리 뽑기 위해 시작된 그 종교재판은 오히려 이단을 영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네. ~ 그들은 저마다 자신의 진실한 신념을 포기하지 않앟기 때문에 죽은 걸세. 따라서 모든 영광은 그 희생자에게 돌아갔고. ~ 소련은 종교재판 때보다 더 참혹하게 이단자들을 처형했네. ~ 그들은 희생자들을 인민재판에 회부하기 전에 용의주도하게 그들의 위엄을 완전히 제거해 놨지. ~ 그런데 이번에도 몇 년이 지나자 그와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 걸세. 죽은 자들은 순교자가 됐고, 그들에 대한 경멸도 잊혀져 버렸네. 왜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나? 첫째로 그들의 자백이 강제에 의한 것이었고, 사실이 아니었기 때문일세. 우리는 그런 식의 실수는 저지르지 않네. 여기서 얻은 자백은 모두 진실이네. 우리가 진실로 만드는 거지. 무엇보다 우리는 죽은 자들이 우리에게 반항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네. 윈스턴, 자네는 후손들이 자네를 옹호해 주리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네. ~ 기록된 자네의 이름도 없지만, 살아 있는 사람의 기억 속에도 자네는 없네. 자네는 미래에서처럼 과거 속에도 자네는 없네. 자네는 미래에서처럼 과거 속에서도 완전히 소멸될 걸세. 결국 자네는 결코 존재한 적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네.
368p. 오직 권력, 순수한 권력만 바랄 뿐이네. ~ 권력은 수단이 아닐세. 목적 그 자체이네. 혁명을 보장하기 위해서 독재를 행사하는 게 아니라 독재를 하기 위해서 혁명을 일으키는 걸세. 박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박해일 뿐이네. 고문의 목적도 고문이고 말일세. 그처럼 권력의 목적도 권력 그 자체이네.
???p. 마지막까지 그들을 증오하면서 죽는 것, 이것이 바로 자유이다.
???p.(마지막 장)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거대한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가 그 검은 콧수염 속에 숨겨진 미소의 의미를 알아내기까지 4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오, 잔인하고 부질없는 오해여! 오, 저 사랑이 가득한 품을 떠나 고집을 부리며 지내 온 유랑의 삶이여! 진냄새가 밴 두 줄기 눈물이 그의 코 양옆으로 흘러내렸다. 하지만 괜찮았다. 모든 것이 잘되었다. 투쟁은 끝이 났다. 그는 자신과의 투쟁에서 승리했다. 그는 빅브라더를 사랑했다.
-> 가장... 최고의... 최악의 베드엔딩...
429p. 20세기 초의 몇 십 년 동안에도 이런 식의 축약된 낱말과 구절은 정치적 언어의 특징 중 하나였다. 그리고 이 같은 종류의 약어를 사용하는 추세는 전체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체제 내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Nazi(나치)', 'Gestapo(게슈타포, 나치의 비밀경찰)', 'Agitprop(아지프롭, 선전선동)'와 같은 낱말들이 그 예이다. ~ 이런 식으로 명칭을 약어화하면, 그 명칭이 지났던 연상적 의미가 거의 제거됨으로써 뜻이 한정되고 미묘하게 바꾸어질 것으로 여겨졌다.
434p. 어떤 것이든 그에 대한 명칭이 없으면 상상이 불가능하다. ~ 구어가 완전히 없어지면 과거와의 유대도 단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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