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haomoondo 2024. 11. 4. 07:04

2020.07.20, 2020.08.11

최근 디스토피아에 빠져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인터넷에서 줄거리 소개를 봤는데 그곳에는 야만인 '존'이 초반에 나올 것처럼 소개되어 있었다.

하지만 존은 이야기의 절반이 넘어가서야 나온다... 앞부분 읽는 내내 존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책을 봤었다.

존이 나오는 시점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1부와 2부로 나눈다면 1부는 유토피아 세계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 주를 이룬다. 특히 책의 도입부에서는 아이를 어떻게 만드는지, 어떻게 교육시키는지 체제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결함을 갖고 있어 다수와 어울리지 못해 미약하지만 불만, 열등감을 갖고 있는 인물을 중심으로 세계를 설명한다. 세계에 대한 설명이 나올 때 마다 대부분의 내 반응은 기괴하다.. 저게 뭐냐.. 끔찍하다 라는 것들이 주를 이루었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전기로 충격을 주면서 거부감을 갖게 만드는 교육은 단연 최고로 끔찍했다고 느꼈다. 이 부분을 보면서 꼬마 알버트 실험(Little Albert Experimet)이 생각났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끔찍하고 기괴하지만 이 세계의 사람들은 행복하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했다. 이걸 표현하는 단어가 alienate 였었나...?

2부에서는 존이 유토피아 세계로 와 적응하려하지만 실패하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잃고 절망하여 사람들에게 세계의 끔찍함을 고발하려는 시도가 서술된다. 하지만 실패하고, 존은 지도자 격의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이 부분에서 나는 이 책이 SF로 시작한 철학책이라고 생각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 부분이 굉장히 인상깊었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면 어...? 이 세계 괜찮은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지도자가 한 마디 하면 팔랑, 존이 다시 반박하면 팔랑. 스스로가 너무 갈대 같다고 느낀 장면.ㅋㅋ. 이야기의 결말은 비극적이다. 왜 이렇게 존을 가만히 냅두질 못하는 거야... 마지막 묘사 또한 인상깊었다.

이 유토피아 세계관을 만드는게 가장 큰 공헌을 한 '소마'는 인도 신화에서 제사에 올리는 음료의 이름으로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마약성분의 음료였다고 한다. 이 음료가 신들을 위대하게 해주고, 이를 마신 자만이 위대한 신의 힘을 얻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소마를 복용하는 자신들은 문명인이고, 소마를 복용하지 않는 자들을 야만인이라 묘사한건가? 위대함을 가져다 주는 소마를 복용하지 않아서?

유토피아 세계에서는 이 마약을 통해 원초적 욕구를 충족시켜 깊은 생각을 하지 않도록 유도한다. 작중에서는 등장인물들이 괴롭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이 소마를 복용하며 현실에서 도피하는 묘사가 빈번히 나온다. 마르크스가 그랬고, 레니나 또한 그랬다.

책은 재밌었다! 사실 체제전복! 혁명! 이런 책을 보고 싶었는데 아니라 좀 아쉬웠지만 충분히 재밌었다. 그리고 만약 내가 야만인과 문명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해 보기도 했다. 지금의 나로서는 야만인의 세계를 선택할 것 같지만 저 문명인의 세계에서 태어나 교육받으면 무조건 문명인의 세계를 선택할 것 같다. 존의 어머니인 린다가 그랬던 것처럼.

「멋진 신세계」에서 서술하는 방종한 성생활 또한 그리 아득한 얘기가 아니다. ......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감소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성생활의 자유는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리고 독재자는(정복지나 사람이 살지 않는 영토들을 식민지화하기 위한 총알받이 혹은 정착자들을 필요로 하기 전에는) 그런 자유쯤은 촉진시켜도 좋으리라.

26p

"내가 거느린 직원들은, 특히 가장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라면, 남들의 의심을 받아서는 안 돼. 알파들은 구태여 애를 쓰지 않더라도 정서적인 면에서 저절로 아이들처럼 행동하도록 길이 들었어.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더욱 집단에 순응하도록 노력해야만 하지. 비록 마음이 내키지 않더라도 어린애처럼 행동하는 것이 그들의 의무니까.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마르크스군, 난 자네에게 정당한 경고를 하는 거야."

162p

야만인은 얼어붙은 듯 침묵을 지키며 잠시 가만히 서 있더니, 침대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 그에게 말을 해야 하나? 품위를 지키라고? 이곳이 어디인지 그에게 상기시키고, 순진하고 불쌍한 아이들에게 얼마나 치명적인 잘못을 범하고 있는지를? 마치 죽음이 어떤 무서운 사건이라도 된다는 듯, 그렇게까지 중요한 인간이 한 명이라도 세상에 존재한다는 듯, 이렇게 역겨울 정도로 울부짖고 소란을 떨어서 그들이 지금까지 행한 죽음에 길들이는 훈련을 몽땅 헛수고로 만들어 놓고 있다는 사실을! 이런 행동은 죽음에 관해서 아이들에게 지극히 위험한 편견을 불어넣고, 그들을 불안하게 함으로써 철저히 그릇되고 반사회적인 면으로 반응하게끔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314,315p

"그건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계가 「오셀로」의 세계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강철이 없으면 자동차를 생산할 수가 없으며, 사회적인 불안정이 없으면 비극을 생산할 길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난 안락함을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을 원하고, 시를 원하고, 참된 위인을 원하고, 자유를 원하고, 그리고 선을 원합니다. 나는 죄악을 원합니다."

"사실상 당신은 불행해질 권리를 요구하는 셈이군요."

362p

바로 밑에 매달린 한 쌍의 발이 눈에 띄었다.

"야만인 선생!"

천천히, 아주 천천히, 느긋한 두 개의 나침반 바늘처럼 두 발은 전혀 서두르지 않고 오른쪽으로 돌면서 북쪽, 북동쪽, 동쪽, 남동쪽, 남쪽, 남남서쪽을 가리켰다. 그러더니 잠깐 멈추었고, 몇초가 지난 다음에 서두르지 않고 다시 왼쪽으로 돌았다. 남남서쪽, 남쪽, 남동쪽, 동쪽 …….

389p

''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84, 조지 오웰  (1) 2024.11.04
데미안, 헤르만 헤세  (2) 2024.11.04
2016 문예지신인상당선시집  (0) 2024.11.04
러브 크래프트 전집 1, 러브 크래프트  (3) 2024.11.04
동물농장  (0) 2024.1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