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들에 주구장창 등장하길래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놈의 크툴루, 우주적 공포, 기어드는 혼돈!)
작가가 인종차별 주의자... 말년에 가서는 좀 나아지지만 그래도 인종차별주의자...
- 데이곤 (2020.05.20)
책의 첫 글인데, 이런 류의 작품은 거의 처음 접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이미지를 상상하며 읽기가 힘들었다. 나의 빈약한 상상력이 문제겠지만.. 그리고 소설에서 자꾸 폴리페모스니, 도레가 질투할 만 하다느니, 포나 불워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정도라느니 등등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언급하며 묘사를 하다 보니 주석 확인하랴, 다시 소설 읽으면서 대입하랴 정신이 없어서 상상하기 힘든 부분도 없지 않은 것 같다. 아니, 개 힘들었다. 그런데 이건 뭐 내 지식 부족 때문이지... 그래서 책 5장 정도 되는 분량을 30분 동안 읽었다. ㅋ
"완만한 평지의 변화 없는 단조로움이 내 모호한 공포의 원천이었다고 앞서 말했다. 그러나 정상을 향해 올라가면서, 구덩이인지 협곡인지 모를 - 아직은 높이 솟지 않은 달빛이 닿지 않고 있는 - 반대편의 까마득한 심연을 바라보는 것은 더 커다란 공포였다. 세상의 끝에 서서 영원한 어둠의 가늠할 수 없는 혼돈을 엿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것들이 물결 위로 솟구쳐서 전쟁에 지친 보잘것 없는 인류를 모조리 악취 나는 발톱으로 잡아끄는 날이 꿈에 나타난다. 육지가 가라앉고, 검은 해저면이 대혼란에 빠진 세상의 한복판으로 부상하는 날.
곧 끝을 낼 시간이다. 미끈거리는 거대한 몸뚱이가 육중하게 바닥을 밟고 오는 굉음이 들려온다.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럴수가, 저 손! 저 창문! 창문!"
- 니알라토텝 (2020.05.21)
아... ㅋㅋ 이 에피소드를 읽은지 한달 반 정도 경과한 시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 사이비 종교 교주...?
"그러나 행렬에서 벗어나 뒤에 남아 있고픈 나의 의지는 오래 가지 않았다. 앞서 간 사람들의 손짓에 이끌리듯 나는 반쯤 공중에 떠서 거대한 눈더미 사이를 지났고, 공포에 전율하면서 상상할 수 없는 무형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 갔다."
"그 역겨운 우주의 공동묘지를 가로질러 억눌린 광기의 북소리가 들려 왔다. 시간 너머의 불 꺼진 방에서 불경한 피리 연주의 희미하고 단조로운 선율도 들렸다. 고약한 북과 피리 소리에 맞춰 천천히, 서툴고 우스꽝스럽게 춤을 추는 거대하고 음산한 신들. 눈도, 목소리도, 영혼도 없는 그 괴물들의 중심에 니알라토텝이 있었다."
- 그 집에 있는 그림 (2020.05.26)
이 작품은 '우주적 공포'와는 거리가 있는 것 같다.(아님 말고) 그냥 인간 사이코...?를 묘사한 것 같기도 하고...(아님 말고 222) 그런데 집에 왜 갑자기 벼락이 떨어지는지는 모르겠다.
"고약한 황홀경에 취해 중얼거리는 그의 안경 낀 얼굴에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하지만 목소리는 오히려 작아졌는데, 그때의 내 기분을 표현할 길이 없다. 모호하게만 느껴지던 두려움이 순식간에 생생하고 강렬해졌고, 내 곁에 바싹 다가와 있는 그 늙은이에 진저리가 쳐졌다. 노인의 광기는 적어도 편집증에 가까운 것이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어보였다. 거의 속삭이는 듯한 그의 쉰 목소리는 비명소리보다 더 섬뜩했다. 나는 몸서리를 치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 에리히 잔의 선율 (2020.06.01)
에리히 잔의 선율! 내 최애 작품!! 묘사가 넘 좋음. 내 취향. 머릿속에 생생히 그려진다.
"문득 예전부터 나는 그 창가에서 마을의 정경과 돌벽 너머를 보고 싶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칠흑같이 어둡고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희미하게나마 도시의 불빛들이 넘실대고 있을 것 같았다. 촛불도 꺼져버린 어둠, 돌풍과 광기의 선율이 가득한 방 안. 마을에서 가장 높은 박공창에서 나는 그렇게 밖을 내다보았다. 어둠 속에 고요히 누워 있을 것 같았던 도시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거리의 불빛도 없었다. 끝없는 어둠만이 시야를 채우고 있었다. 지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움직임과 선율이 충만한, 실로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이었다. 내가 완전히 겁에 질려 창밖을 보는 동안, 돌풍은 계속해서 몰아쳤고 나는 혼돈과 지옥 한복판에 홀로 남은 기분이었다. 어둠의 장막은 너무도 견고하고 무감각했다. 그리고 등 뒤에서 비올의 미친 선율이 달려들었다."
- 허버트 웨스트-리애니메이터 (2020.06.02)
러브크래프트가 이 작품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왜 그런지 알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이 작품은 단편 글 6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글들이 다 앞선 글을 요약하고 시작한다. 2편은 1편을 축약하고... 3편은 1~2편을 축약하고... 6편에 가면 이것을 5번 반복한 것이다 보니 좀 지겨웠다. 마치 드라마 시작할 때 전 편 내용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글도 신문이나 잡지에 기한을 두고 발표했던 글인가? 그래서 매 편마다 요약된 내용이 실려 있던 건가...
"나는 지하의 인광을 배경으로 묵묵히, 쉴 새 없이 벽을 허무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았다. 그런 광경은 정신이상자 아니면 그보다 더 심각한 상태에서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사람이거나, 반만 사람이거나, 부분적으로 사람을 닮거나, 아예 사람이 아닌 것 등등 괴기하리만큼 이질적인 집단이었다."
"무리의 선두에 선 거만한 인물은 밀랍으로 만든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뒤에서는 무시무시한 광기의 눈동자들이 허버트 웨스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웨스트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한꺼번에 우르르 그에게 몰려들어 그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고는 다시 그 고약한 지하의 어둠 속으로 토막 난 살덩이를 들고 사라졌다."
(업보다 웨스트 이자식아...)
- 벽 속의 쥐 (2020.06.02)
뭔 내용이더라.... 2달 전에 읽은 글이라 잘 기억이 안 난다... 고대 도시...? 내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흥미로웠다. 그런데 잘 기억이 안난다....
"아주 끔찍한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희미한 빛 속의 동굴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동굴 주위는 온통 무릎 높이까지 오물이 차 있었고 흰 수염을 기른 악마가 지팡이로 한 무리의 짐승들을 부리고 있는데, 온몸이 균사로 뒤덮인 채 흐느적거리는 그 짐승들을 보고 있자니 구역질이 났다. 그 악마가 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끄덕이자, 무수한 쥐들이 구역질나는 구덩이로 몰려 내려오더니 짐승과 사람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 크툴루의 부름 (2020.06.03)
이 글이 가장 세계관을 잘 보여준다고 해서 기대를 하면서 봤었다. 뭐 재미있었다. 그런데 막 그렇게 두려움이라던가 경외감이라던가 하는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이게 크툴루 세계관이구나! 라고 감은 잡을 수 있었다.
"모두가 그 소리를 들었다. 그것이 둔중하게 발을 끌면서 시야에 나타날 때까지 그들은 여전히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젤라틴으로 이루어진 녹색의 거대한 괴물이 어두운 입구를 비집고 더듬거리며, 도시의 광기에 물든 바깥세상으로 나오고 있었다."
- 픽맨의 모델 (2020.08.12)
간만에 읽었다. 그래서 픽맨이 뭐, 구울이라고? 구울이면 모습을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건가? 인간이었다가 구울이었다가?
"엘리엇, 문제는 사악하고 불온하며 극도로 부도덕한 화법이었습니다! 내 생에 캔버스에 그토록 생생할 숨결을 불어넣은 그림은 본적이 없으니까요. 두 눈을 이글거리며 인간의 머리를 잘근잘근 씹어 먹는 괴물, 자연의 섭리가 파괴되지 않고서야 어찌 사실적인 모델도 없이, 인간을 농락하는 악마의 지하 세계를 직접 목격하지도 않고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겠습니까?"
- 네크로노미콘의 역사 (2020.07.06)
"원저의 제목은 '알 아지프'이다. '아지프'는 악마의 울부짖음을 암시하는 한밤의 소리(곤충들이 내는)라는 뜻의 아라비아어다."
- 더니치 호러 (2020.08.12)
이것도 '크툴루의 부름'과 함께 유명한 작품이라고 한다. 난 몰랐지만... 이 작품이 지금까지 읽었던 것 중에 그나마....? 그...나마.... 해피엔딩인 것 같다.... 그나마.....
"세 사람이 괴물이 죽기 직전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아미티지 박사는 그때의 중얼거림을 기록하진 않았지만 분명 영어는 아니었다고 확신했다. 지구상의 어떤 언어와도 달랐다. 다만, 마지막으로 갈수록 단편적이기는 하나 '네크로노미콘', 요컨데 그 괴물이 사활을 걸고 찾아내려고 했던, 불온한 금서의 내용과 일치했다."
" 검시관이 들어왔을 때는 변색된 바닥에 희끄무레하고 끈적끈적한 덩어리만 남아 있었고, 역겨운 악취도 거의 사라진 후였다. 그것으로 판단하자면 윌버는 두개골이나 골격이 애초부터 없었던지, 아니면 없는 것과 비슷한 상태였던 것 같다. 베일에 가려진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이리라."
"윌버가 어떻게 공기 속에서 그 괴물을 불렀는지 물어 볼 필요는 없소. 불러낸 적이 없으니까. 괴물은 윌버의 쌍둥이 형제였소. 다만, 괴물이 윌버보다 더 아버지를 많이 닮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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