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02 : ~1장, 29p.
2023.09.07 : ~마치며, 229p.
완전 울 아빠라서... 왜 그럴까 하고 고름.
들어가며 작품에서 콘텐츠로
[24]
그들은 “봐야 할 중요한 작품의 목록을 알려달라”고 한다. 지름길을 찾는다. 지름길을 찾는다. 작품을 감상하는 시간이 그들에게는 낭비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시간 가성비가 나쁜 것을 두려워하며, 이를 ‘타임 퍼포먼스가 나쁘다’라고 형용한다.
[28]
일본 콘텐츠 해외유통 촉진기구의 조사에 의하면 불법 몰아보기 사이트는 이전부터 존재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기 시작한 2020년 봄 무렵부터 급증했다고 한다. 중국어권이나 한국에도 이런 영상이 존재하지만 영어권에서는 활발하게 확인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제1장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
[64]
“정말로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원고는 무료 잡지에 실으면 안 돼. 저렴한 가격이라도 제대로 값을 치르도록 해야지. 사람은 공짜로 손에 넣은 건 소중히 여기지 않으니까.”
[69]
“시나리오의 핵심은 완급 조절이에요.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번갈아 나오는 거죠. 때로는 어떤 사람이 많은 말을 들은 후 아무런 반응 없이 잠자코 있게 만들어서, 관객으로 하여금 ‘왜 가만히 있는 거지?’하고 불안함을 느끼에 해요. 그렇게 시나리오에 훅(hook, 걸리는 요소)을 늘 준비해서 흐름을 만들고 관객을 끌어가는 거예요.”
제2장 대사로 전부 설명해주길 바라는 사람들
[76]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의 구조도 비슷하다. 운영자는 유료 회원들에게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의견을 계속 외친다. 그 의견에 찬성하는 유료 회원만 모인 폐쇄된 공간이므로 반대 의견 등 잡음이 끼어들기 어렵다. 샛길은 없고, 최단 거리로 일치된 ‘답’에 도달한다.
[91]
원작 만화의 대사를 최대한 살려 충실하게 영상화한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따지지 않겠다. 한 가지 말할 수 있는 건 요즘은 영상화하면서 대사를 바꾸면 그것이 적절한 각색의 범위 내여도 원작 팬이 ‘원작 파괴’라며 불만을 토로한다는 사실이다. 그런 우려를 없애려면 처음부터 ‘원작 그대로’ 가는 것이 무난하다.
[96]
“~ 그리고 이게 중요한 부분인데, 만약 정보 이해력이 낮은 시청자가 이 작품의 주제를 충분히 읽어내지 못했어도 소외당하지 않게 다른 즐길 거리를 첨가해요. 그래서 드라마 자체를 제대로 즐기게 하죠. 그렇게 각본은 써야 해요.”
[98]
과거 영상 작품은 어느 수준 이상의 이해력을 가진 관객을 대상으로 해도 그리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 중 일부는 스스로 노력해서 이해하려고 했고, 배제된 사람들의 목소리는 가시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정보 이해력이 낮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배리어 프리, 즉 ‘모두에게 친절한 작품’이야말로 ‘좋은 작품’이다.
제3장 실패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114]
너무 개성적인 개성은 개성으로서 기능하지 못한다.
[123]
그런 위축된 마음을 잘 파고든 것이 바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좋아한다’는 뜻인 ‘최애’라는 말이다.
[126]
그런데도 유메메 씨나 다른 Z세대처럼 인터넷을 많이 사용할수록 ‘틀리는 것’을 극단적으로 두려워한다. 알지 못하는 누군가로부터 엄격하게 비판받거나 비웃음을 사는 참상을 지겹도록 봐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상도 하기 전에 리뷰 사이트를 읽고 범인을 알아둔다. ‘정답’을 알고 싶어서. “그들은 빠른 정답만 원한다”라고 젊은이들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누구든 상처받기를 꺼린다. 창피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128]
“볼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먼저 판단한 후에 보고 싶어요.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니까.” “재미있어진다는 확신 없이 30분을 견디는 건 상당한 스트레스예요.”
→ 헐 이거 완전 난데?? 물론 난 스포를 보고 시청하지는 않지만.
[142]
친구들과 소통하기 위해, 단톡방에서의 단합을 유지하기 위해, 30년 전에 비하면 아마도 몇십 배, 몇백 배로 쏟아지는 콘텐츠를 차례로 체크해야만 한다. 빨기 감기를 하지 않으면 소화가 불가능하니 귀한 돈을 그냥 날려버리는 셈이 된다. 어쨌거나 그들은 여유가 없다. 시간적, 금전적으로도 그렇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그러하다.
제4장 좋아하는 것을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
[183]
그들은 타인에게 간섭하지 않는다. 즉 비판이나 지적을 하지 않고, 당하지도 않는다. 이는 언뜻 보기에 ‘타자’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거기에는 ‘나와 다른 가치관을 접하고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행위가 결여되어 있다. 관용이 아니라 단지 연결을 피하는 것뿐이다.
제5장 무관심한 고객들
[193]
그들은 닭이 가진 ‘맛있는 계란을 낳아주는 기능’과 ‘인간을 위해 매일 영양원을 공급해주는 시스템’을 사랑하는 것이지, 닭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그들이 디즈니나 지브리(브랜드)가 좋다고 말할 때 만족도가 높은 콘텐츠를 확실히 공급해주는 신뢰감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그것을 만들어낸 작가 개인에 대한 칭찬은 아니다. 둘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그들은 닭(감독)의 팬이 아니라 달걀(작품)을 고맙게 맛볼 뿐이다.
[217]
영상을 자신이 생각한 대로 ‘편하게’ 보는 행위, 즉 빨리 감기나 건너뛰기라는 현대인의 습관은 문명의 진화에 따른 필연이다. 이에 여전히 거부감이 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작품은 만든 이가 발표한 형태, ‘원형의 상태’로 감상해야 한다고 말이다.
→ 나야 나~ 나야 나~
[222]
지금 우리는 “옛날에 레코드 같은 건 진짜 음악 축에 끼지 못한다며 쌍심지를 켜던 사람이 있었대”라며 웃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웃음을 당하는 쪽이 될지도 모르겠다. “옛날에는 빨리 감기에 대해 일일이 쌍심지를 켜는 사람이 있었대” 하고.
마치며
[227]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소비’와 ‘감상’의 시점을 오가며 엮은 미디어론이자, 커뮤니케이션론이고, 세대론이자, 문화론이다.
[228]
그 과정에서 생긴 빨리 감기 시청, 건너뛰기 습관은 ‘가급적 적은 자원으로 이윤을 최대화하려는’ 자본주의 경제에서 거의 절대적 정의가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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