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여서 집어왔는데 생각보다 재밌다.
<병 속에서 발견된 원고> 2020.05.13
"그러나 그의 얼굴에 서린 독특한 표정, 즉 그가 노인임을 너무도 완벽하고 극단적으로 증명하는 그 표정, 강렬하고 경이로우며 전율을 일으키는 그 표정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비하기 짝이 없는 이 무시무시한 지역에 대해 알고자 하는 호기심은 내 절망보다도 커서, 내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면 가장 끔찍한 죽음과도 화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나아가는 이 길의 끝에 뭔가 흥미진진한 지식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니까. 다만 그 지식을 획득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므로, 그것은 결코 후세에 전해질 수 없는 비밀인 것이다."
<리지아> 2020.05.15
"그녀는 내 손을 오랫동안 꼭 쥔 채 애정이 열정을 넘어 숭배에 달했던 그녀 가슴속 깊은 진실을 내 앞에 넘치도록 쏟아붓곤 했다. 과연 내게 그 같은 고백, 그처럼 넘치는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었단 말인가? 어찌하여 난 그녀가 그런 고백을 하는 바로 그 순간 사랑하는 그녀를 잃어야 하는 저주를 받았던 것일까?"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 위로 귀를 가져다 댄 나는 다시 글랜빌의 구절 중 마지막 문장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인간이 연약한 의지라는 단점만 지니지 않았더라면 천사에게도 죽음에게도 완전히 굴복하지 않을 텐데.""
<어셔가의 몰락> 2020.06.30
"그 보름달이 빛나는 모습은 이제 벽 사이, 한때는 거의 보일 듯 말 듯했던 갈라진 틈, 앞서 내가 언급했던 건물의 지붕에서부터 지그재그를 그리며 바닥까지 이어진 틈을 통해 생생하게 보였다."
"그 틈은 맹렬한 숨을 토하며 닥쳐오는 회오리바람에 내가 바라보는 동안에도 급격히 벌어졌다. 순간 그 회오리바람의 궤도 전체가 내 눈앞에서 흐트러졌고, 거대한 벽의 사나운 기세로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으며, 내 머릿속도 별안간 어질어질해졌다. 바다의 파도가 포효하는 듯한 소리가 한동안 들려왔고, 내 발아래 있던 깊고 축축한 호수가 '어셔가'의 잔해를 삼키며 침울하고 조용하게 닫혔다."
<윌리엄 윌슨> 2023.05.11
"이 지상에 궁극적인 형태의 절대적 독재정권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바로 소년 시절에 박약한 정신을 가진 친구들 위에 군림하며 대장 노릇을 하는 소년의 독재정권이다."
"하긴 그가 최근 내 앞길을 가로막은 여러 예들을 따져 보자면, 그 모두의 목적이, 만일 내가 내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남들에게 끔찍한 해를 끼칠 수도 있는 행동을 좌절시키는 것일 뿐 다른 목적은 없었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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