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8.07
초반 1시간은 재밌었다. 1시간 반이 지나자 무언가 불안해져 시간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2시간이 지나자 영화가 끝나기를 바랐다. 2시간 반이 지나갈 무렵 뛰쳐나가고 싶었다. 영화의 마지막, 나는 머릿속에서 휘몰아치는 혼돈과 함께 영화관을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뭐 하는 영화임????????
보가 무서워 하지 않으면 그게 더 무서운데???????
장소를 기준으로 영화를 나누어 보면, 총 5개로 나눌 수 있다.
1. 보의 집
나는 보가 편집증을 갖고 있다는 줄거리를 보고 들어갔기에 이거 환상이겠지?? 망상이겠지?? 라고 의심에 의심을 거듭했다. 길거리 부랑자들은 보의 다양한 감정들이고, 그들이 집 안이 들어간 것은 보의 마음이 혼돈으로 가득 찬 상태가 된 거겠지! 하고 생각했다. 보가 다음 날 눈을 뜰 때까지는.
엉망진창인 집을 봤을 때, 진짜였다고?!?!?라고 외칠 뻔했다.
집에 돌아온 보가 그 전화를 했을 때, 보의 멘탈이 걱정됐다. 하루 동안 미친 이웃에게 시달려, 비행기 놓쳐, 짐과 집 열쇠 강도당해, 집은 점령당하고 난장판 돼, 엄마가 죽어....... 아니 뭔 놈의 영화가 처음부터 휘몰아쳐???
솔직히, 소올직히, 한 번 당했지만, 뛰쳐나가고 차에 치이는 건 보가 정신줄을 놔서 망상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보가 깨어나고 또 다시 진짜였다고?!?!!? 하고 소리칠 뻔했다.
"지구를 지켜라!" 영화 끝났을 때 느꼈던 감정이랑 거의 흡사했음. ㅋㅋㅋ
왜 가게 주인은 보를 신고한다고 윽박지른 걸까??? 돈 냈는데???
그나저나 천장에 매달려 있던 그 사람은 누구임?????????
2. 보를 친 부부의 집
공간이 이곳으로 이동했을 때, 이 영화가 이 집에서 탈출하는 영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내가 다 불편했던 공간. 아니 보 가야하는데?? 가야;;; 하는데;;; 야 임마 도망이라도 쳐;;; 하고 계속 생각하면서 시청했다.
여기에서의 보는 정말... 유약하고... 용기도 없고...
그걸 쳐 마시려는데 말로만 안돼!!! 안돼!!! 야!!! 말 할 시간에 움직여!!!!!!
이 집 티비에서 본 미래의 장면들이 뒷부분에 나올 때마다 아 여기! 아 여기! 아~ 여기! 하면서 봤다. 이 감독 결말 대놓고 보여주는 거 참 좋아해.
왜 아빠는 보가 담배를 피게 하라고 했을까???
왜 딸은 보가 소파에서 자자 마구 화를 냈을까???
딸은 진짜 죽었나???
그 cctv는 뭐였지??
3. 고아의 숲(?)
제일 이해가 안 간 곳. 근데 시각적으로는 가장 좋아함.
연극을 보다 몰입해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부분! 이거 왜 안 끝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흥미롭고 재밌었다. 특히 늙은 보가 자식들을 만나는 그 흐름! 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방식ㅎㅎ.
연극 속에 있다가 현실로 돌아오는 장면도 좋았다. 이상한 인과관계를 깨닫고 꿈에서 깨어나는 것도 같아서.
근데 연극이 끝나고 영화의 다른 장면을 보면서도 그래서 그 연극은... 뭐였지....? 왜 나온 거지....?하고 의문을 품었다.
(나중에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을 보고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이해함 ㅋㅋ)
그 여자가 임신을 한 상태인 건 이유가 있을까??
아빠는 진짜 아빠였나???
여자가 유난히 빨리 도망쳤는데, 이 여자도 엄마의 계획 이었나???
첫사랑은 왜 기다려 달라고 함??????????????????
4. 엄마의 집
비행기 표가 없어서, 안 태워다줘서... 그리고 보가 겪은 개고생에 비해서는 황당하리만치 허무하게 집으로 간다. 히치하이킹. (혹싀 이것도 엄마가...?)
집에서 끝는 엄마의 장례식을 둘러보다가, 집을 찾아온 첫사랑과 베드인을 한다. (이 자식아! 네가 이방인이야???)
그런데 첫사랑이 죽는다. 보의 위에서. ???
그리고 죽은 엄마가 나타난다. ???
오지 않는 아들을 불러들이려 한 엄마의 계략(!!!)이었던 것.
나타난 엄마와 말다툼을 하다가 가스라이팅을 당하다가... 그러다가 꿈으로까지 구현된 보의 궁금증을 해결해 준다. 대체 다락방 위에는 뭐가 있을까? 엄마는 직접 보라고 보를 올려보낸다.
그 위에는 괴좆(괴물 좆). 말 그대로 거대한 괴물 좆(...)이 있었다. 이 괴좆(좆 괴물을 줄일 수는 없잖아)이 나온 순간부터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여기서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 이 감독이 웬일로 잔인한 장면을 안 넣었냐~ 했더니 나온다. 근데 그래도 유전, 미드소마에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
경기를 일으키며 다락방에서 내려온 보를 엄마가 다시 다그치며 가스라이팅 한다. 그러다가 미쳐버린 건지 정신을 차린 건지 모를 보가 엄마를 목 졸라 죽인다.
이 감독은 사람이 죽는 장면을 정말 잊지 못하게 연출 한다. 정말!
첫사랑 왜 죽은 거임???
다락방에 있던 삐쩍 마른 사람 뭐임???????
괴좆은 뭐임????????????????????????
괴좆???? 뭐임??????????????????????
5. 배
엄마를 죽인 보는 물가에 있던 배를 타고 정처없이 흘러간다. 그러다 어떤 장소에 도달하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법정이었다.
이곳에서는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나타난다.
보는 수천명이 바라보는 가운데 검사(?)가 보의 죄를 밝히는 것을 들으며 괴로워 한다. 보의 변호사는 있기는 하지만 마이크를 통해 쩌렁쩌렁 선명히 이야기하는 검사에 대비되게 생목으로 소리치고 나중에는 그 마저도 죽는다. (여기도 잔인)
그러다가, 배가 뒤집히며 죽는다.
살고 싶다고, 살려 달라고 소리치다가 어느 순간 체념하고 조용히 응시하던 보의 눈빛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
진심. 다 보고. 이게???. 뭐임??????? 이게 뭐야?????? 이게 뭔 영화야???????????? 하면서 나옴. 정신 건강에 안 좋은 영화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재미는 있었고... 잘 만들었다는 것도 알겠고... 진짜 촘촘하고 꼼꼼하게 만들은 듯.
그리고 ... 이거 감독판 아님?? 사람 안절부절 못 하게 하는 장면들이 유난히 길었는데, 이런 장면들 조금씩 조금씩 줄였으면 러닝타임이 30분은 줄었을 둣!ㅠㅠ. 근데 이 감독이라면 의도적으로 관객들 불편하게 만들려고 길게 찍은 거겠지,..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 함. 안 그러고 집에서 보면 백퍼 보다가 멈춰버릴 것. 3시간 동안 가만히 앉아서 영화를 보게 해 준 영화관! 고맙다! 넌 존.나. 비싸지만 이번만큼은 그 값어치를 했다!
이동진 평론가의 해설을 듣고 나니깐 아!! 그런 거였구나!! 하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았다.
난 운명론적인 시각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렇게 재밌게 풀어낸 건 좋다.
그나저나 '물'의 의미도 그렇고 난 절대 알아채지 못했을 요소들...
역시 전문가는 달라...☆
근데 이 분도 설명 안 해준 게 있다.
괴좆 뭐임?????????????????????????????????????????????
이건 진짜 아무리 이해를 해 보려고 해도 갈피를 못 잡겠음.
뭐임?????? 뭐냐고!!!!!!!!!!!!!!!!!!!
사실 내 정신이 나가서 없는 장면을 상상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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