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말, 보리스 사빈코프

haomoondo 2024. 11. 22. 06:05

  • 2024.04.25
  • 2024.04.26

 

왜 골랐더라… 이유는 기억 안 나는데, 책 고르고 진짜 혁명가가 썼다는 글이라길래 흥분되긴 했음.

 

 

1.

그러나 테러가 없다면 내 인생은 무엇이란 말인가? 투쟁이 없다면, 세상의 법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즐거운 자각이 없다면 나의 인생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나는 다시 한번 말할 수 있다. ‘당신의 낫을 휘둘러 거두소서 땅의 곡식이 다 익어 거둘 때가 이르렀음이니이다.’ 우리 편이 아닌 자들을 베어들일 시기가 왔다.

 

2.

편지로라도 그대들을 포옹한다, 사랑하는 친구와 동지들. 마음을 다해 그대들의 사랑과 우정에 감사한다. 나는 곧 다가올 혁명을 믿고 혁명의 성공을 축하하는 환호를 자랑스럽게 의식하며 죽는다. 작별하면서 그대들에게 단순한 말씀을 전하고 싶다. ‘그가 우리를 위하여 목숨을 버리셨으니 우리가 이로써 사랑을 알고 우리도 형제들을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니라.’

 

3.

나는 후회도 없지만 내가 해낸 일에 대한 기쁨도 없네. 나로 인해 흘린 피 때문에 괴롭고 죽음은 속죄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네

 

4.

나는 노예가 되고 싶지 않다, 자유로운 노예조차 되고 싶지 않다. 나의 모든 삶은 투쟁이다. 나는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무엇의 이름으로 투쟁하는지 나는 모른다. 그저 그렇게 원할 뿐이다. 그리고 나는 진노의 포도주를 마신다.

 

5.

오늘은 맑고 사색적인 날이다. 네바 강물이 햇빛에 빛난다. 나는 그 당당한 표면과 깊고 조용한 물결의 품을 사랑한다. 바다에는 슬픈 노을이 꺼져가고 선홍색 하늘이 타오른다. 애달프게 파도가 친다. 전나무는 고개를 숙였다. 나뭇진 냄새가 난다. 별이 빛나기 시작하고 가을밤이 오면 나는 마지막으로 말할 것이다. 나의 권총은 나와 함께 있다.

 

 


 

읽은 지 한 달이 넘어서 기억은 잘 안 나고… 작가 본인이 모델인 캐릭터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사실에 놀랐었음. 그리고 분명 깊은 의미를 품은 것 같은 묘사들이 나오는데, 내가 이해를 못 한 점이 아쉬웠다. 아, 또 책을 읽으면서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이 이런 식으로 활동했겠구나하는 생각도 계속 들었다. 영화 ‘암살’이 문득문득 떠올랐음.